백승호(16)와 이승우, 장결희(15·이상 바르셀로나)부터 시작해 이강인(12·발렌시아) 등이 스페인 프로구단 유스에서 자라고 있다. 한국 팬들이 주목할 정도로 이름값이 높아진 선수들이다. 스페인 유스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도 그 못지 않게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535경기를 뛴 케빈 놀란(31·웨스트햄)을 키워낸 볼턴에도 두 명의 한국 선수가 뛰고 있다.
유주형과 박채환(이상 17)은 지난 2011년 인천 부평동중을 졸업하고 영국 볼턴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들은 ‘제2의 이청용’을 꿈꾸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유주형과 박채환은 부평동중 시절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한국과는 다른 곳에서 축구를 배우기 위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행을 선택했다. 유주형과 박채환은 볼턴의 인터내셔널팀에 속해 있다. 프리미어리거를 꿈꾸며 전세계의 축구 유망주들이 모이는 곳이다.
인터내셔널팀에 대해 유주형은 “정기적인 대회는 없다. 대신 연습경기를 통해 즐기는 것을 배운다”며 “가끔 해외에서 열리는 컵대회에도 출전한다. 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대회를 다녀오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2년의 볼턴 생활에 두 선수는 크게 만족했다. 유주형은 “유소년팀 숙소 앞에 천연잔디 구장이 펼쳐져 있다. 외국 친구들과 함께 부딪히며 축구하고, 생활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도 좋다”며 활짝 웃었다. 박채환은 “한국에서 운동할 때는 아무래도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면 칭찬해준다”며 교육방식의 차이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들의 꿈은 볼턴의 에이스이자 한국 대표팀의 주장인 이청용이다. 두 선수는 이청용을 보며 꿈을 키우고 있다. 유주형은 “지난해 청용이형이 재활을 하고 있을 때는 자주 밥도 사주셨다. 올해는 출전이 잦아 바쁘시다. 자주 못 뵈지만 연락은 계속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들이 이청용처럼 프로 축구선수가 되려면 18세 유스팀에 들어가는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유주형은 2살이나 어린 나이에 U-18팀에 들어가 훈련을 할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들을 2년 동안 직접 가르친 제임스 워드 코치는 유주형에 대해 “기술이 좋고 빠르며 체력이 뛰어나다. 장차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박채환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어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는 이청용처럼 골절상을 입었다. 구단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재활을 도왔다. 박채환의 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축구 하는 것이 안타깝다. 만에 하나 축구를 포기하더라도 볼턴은 다른 시스템도 잘돼 있다”며 “채환이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을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길도 열려 있어 볼턴 유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볼턴 유스팀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현지 대학과 협약을 맺었다. 축구를 중간에 포기한 어린 선수들이 영국 대학으로 진학해 학문의 길로 나설 수 있는 길도 닦아 놓은 것이다. 대학 교육을 통해 스포츠 마케터가 될 수도 있고, UEFA(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
이제 유주형과 박채환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잉글랜드에서는 한 학년이 9월에 시작해 6월에 끝난다. 이 때문에 U-18세 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6월까지 눈에 띄어야 한다. 이에 유주형은 “후회 없는 도전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박채환도 “그동안 많이 다쳤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무리 하고 싶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겠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