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5일 춘천호반체육관. 경기 시작 3시간 여를 앞두고 관중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늘어섰다. 춘천을 연고지로 하는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이 올 시즌도 정규리그 1위를 달리며 농구 열기에 불을 지핀 결과였다. 또한 이날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팀이 이벤트 경기를 한다는 소식도 구름 관중의 배경이 됐다. 팬들이 입장을 시작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관중석이 꽉 찼다.
오프닝 경기에선 여자농구 과거의 영웅들이 오랜 만에 팬들 앞에 나섰다. 정은순·정선민·전주원 등 '전설'들이 뭉친 'W 레전드 팀'이 '우리동네 예체능' 팀과 이벤트 매치를 벌였다. 왕년의 센터 정은순은 농구 선수 출신 탤런트 김혁을 상대로도 녹슬지 않은 골밑슛 실력을 과시했다. 가드 전주원은 빨랫줄 패스, 포워드 박정은은 정확한 3점슛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전·후반 12분씩 치러진 경기는 59-51로 예체능 팀이 이겼다.
본 경기는 올스타전답지 않게 치열했다. 중부선발(우리은행·부천 하나외환·구리 KDB생명)과 남부선발(안산 신한은행·청주 국민은행·용인 삼성생명)은 국가대표 멤버들을 앞세워 공방전을 벌였다. 경기 종료 4분 여를 남기고 5점차 접전이 펼쳐졌다. 승부는 외곽슛 대결에서 갈렸다. 주전들이 골고루 3점포를 터뜨린 남부선발이 중부선발을 98-90으로 이겼다. 국민은행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는 기자단 투표 결과 59표 중 34표를 받아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28점을 넣어 양 팀 통틀어 최다득점한 커리는 "외국인 선수라 MVP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선정돼 기쁘다. 좋은 분위기가 후반기 팀 성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도중 열린 이벤트에서는 신지현(하나외환)·전보물(KDB생명)·김규희(신한은행)·심성영(국민은행) 등 미래의 보물들이 코트를 휘저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은행 김소니아는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에 맞춰 관능적인 댄스를 선보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여자농구 라이벌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스타전에서도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중부선발 사령탑인 위성우(우리은행) 감독이 "오늘은 무조건 재밌게 하겠다"고 하자, 남부선발의 임달식(신한은행) 감독은 "우리는 무조건 이기겠다"고 맞불을 놨다. 3점슛 콘테스트 결승전은 우리은행 박혜진과 신한은행 조은주·김연주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1분간 총 25개의 3점슛을 던져 승부를 가리는 대결에서 박혜진이 17점을 기록해 2년 연속 '3점슛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박혜진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