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라(24)의 연기인생은 '응사'전과 후로 확연히 나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자신의 엄마뻘인 1994년의 청춘을 연기했고, 그 결과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사랑을 받는 '국민 여동생'으로 거듭났다.
고아라의 데뷔는 화려했다. 2003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옥림 역을 맡았으나 이후 성적은 저조했다. 데뷔작이 10년동안 대표작으로 따라다니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연기자 고아라의 이미지는 없고, 그저 얼굴만 예쁜 광고 모델 정도로 평가받았다. 그 와중에 찾아온 연기 인생의 기회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잡아챘다. '성나정'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체중을 7kg이나 불리고 촌스러운 단발 스타일로 변신했고, 입에는 걸쭉한 사투리를 달고 다녔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만난 자리에서 "나정이 역을 맡은 후로는 편안한 복장으로 순대국을 먹고 있어도 다들 자연스럽게 바라봐 주신다. 삶이 편해져서 좋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응사'를 통해 고아라의 의외의 면모를 봤다는 평가가 많다.
"더 망가지고 내려놓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캐릭터를 잘 만들어 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코믹하고 재미있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사실 진짜 내 모습은 순대국이나 된장찌개도 잘 먹도 털털한 성격인데 이제야 보여드리게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그런 음식을 막 먹다보면 '쟤 고아라 아냐?'하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져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나정이구나'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 삶이 좀 편해진 것 같다."
-7kg을 찌우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등 외모에 변화가 컸다.
"촬영 전부터 감독님이 '이번에는 조금 많이 찌웠으면 좋겠다'고 요구하셨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것은 내 아이디어다. 대본을 보고 떠오른 이미지를 긴 머리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정이의 개구진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더벅머리로 연출해봤다. 뒷머리를 면도칼로 쳐냈는데, 내 생각보다는 많이 잘려나가 조금 놀랐다(웃음). 지금까지는 앞머리카락조차 짧게 잘라본 적이 없었다. 정말 세상에 태어난 이후 머리카락이 이렇게 짧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껏 유지해온 도도한 여배우 이미지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들었다.
"시골(경남 진주)에서도 외각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런 이미지가 있는줄 잘 몰랐다. 공주 스타일의 레이스 달린 옷같은 것은 평소에도 잘 못입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촬영 현장을 가도 마치 인형처럼 바라보는 분위기가 느껴지더라. 감독님이 "사람들의 너에 대한 느낌은 그 이상이다.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먹방이나 방귀뀌는 역할, 또는 진한 멜로 할 수 있겠냐' 물어보시더라. 그래도 감독님이 원래 제 모습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계셨다. 신원호 감독님과는 예전에 KBS에서 '반올림'할 때 만나뵀던 적이 있다. 신인이라서 여기저기 다 인사하고 다녔는데, 감독님과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크게 인사를 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소속사 동료인 이연희-윤아와는 연기에 대해 서로 조언이나 격려를 하고 있나.
"서로 가까운 사이면서도 각자 스케줄이 바빠 연기에 대해 말해줄 기회가 많지는 않다. 다만 연희언니나 윤아는 요새 날씨도 추워 걱정이다. '응사' 촬영이 여름에 진행돼 그나마 난 괜찮았는데 막판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몸이 굳는 바람에 다리 부상을 입었다. 두 사람 다 항상 몸 조심하고 드라마 무사히 잘 마쳤으면 좋겠다. 요새는 SM에 연기자 선배님들도 많이 들어오시고 분위기가 좋다. 음악 뿐 아니라 연기로도 명가 소리를 듣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부상은 심한가.
"예전에 영화 '페이스메이커' 촬영 때 한 번 다친 데를 다시 다쳤다. 이번에는 아예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해야 한다. 당분간 좀 쉬면서 차기작을 진지하게 물색해보려 한다."
-쓰레기와 칠봉이 중 실제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나.
"실제 저라도 쓰레기를 선택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크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첫사랑이 칠봉이였으면 칠봉이를 선택했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그런 사랑을 만나도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짝사랑은 해 봤지만, 제대로 된 사랑은 앞으로 해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그런 사랑을) 정말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성나정 캐릭터에 대해 '어장관리녀' 논란이 일었다. 그에 대해 불만은 없었나.
"나정이의 시점이 빠졌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시청자분들이 쓰레기나 칠봉이에 감정을 이입해서 보신 것 같다.는 것 같다. 나정이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고민을 누구보다 많이 했을거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모두 패밀리같은 관계였다. 나정이 입장에서 쓰레기, 혹은 칠봉이와의 관계자 둘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패밀리가 깨질 수도 있는 문제니까. 물론 나중에 칠봉이가 전세금 5000만원을 깎아준 건 좀 과하기는 했다. 그래도 메이저리거니까 그 정도는 봐줄수도 있지 않나. 요새 아이 키우기가 워낙 힘드니까(웃음)."
-'응사'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람은 누구였나
"김성균 오빠였다. 첫인상부터 사람이 괜찮아 보였다. 촬영하다 힘들고 하면 서로 졸린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위로하곤 했다. 마지막 촬영 때는 다들 울면서 한 식구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출연 배우들끼리의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안부를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