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상속자들'에는 젊고 발랄한 10대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배우 최진혁(29)은 제국그룹 장남이자 사장인 김원 역을 맡아 30대 최고 경영자의 고뇌와 치열한 삶을 표현했다. 이민호(김탄)·김우빈(최영도) 등이 재벌가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또 다른 공간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권력을 지켜나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결국 박신혜(차은상)와의 사랑을 이뤄낸 이복동생 이민호와는 달리, 연인 임주은(진현주) 대신 정략결혼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비록 자신이 맡은 캐릭터는 새드엔딩을 맞았지만, 배우 최진혁은 '상속자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단단히 각인시켰다. 그는 최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만 해도 연기자 생활을 접으려 했었다. '구가의 서'에서 인상깊은 역할을 맡았고, 이를 통해 '상속자들'까지 출연하게 됐다. 여러모로 잊기 힘든 한 해다"고 털어놓았다.
-까칠한 성격의 김원 역을 잘 소화해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정 반대라고 보면 된다. 물론 배우가 연기를 할 때는 자기 안의 어느 부분을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긴 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원래 성격과 달라서 힘들었다. 실제로는 꽤 밝은 성격에, 사람들과 장난도 많이 친다. 극중 원이가 아예 마음을 닫아놓고 사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상대방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잘 지내는 편이다."
-몇 살 차이 안나는 동생들이 교복을 입었던 반면, 홀로 기업 사장 역을 맡았다.
"어려 보이지 않는 외모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고등학생 역할은 못하지만, 수트를 입고 남자다운 역할은 마음껏 할 수 있다. 교복을 입어본 것은 과거 '레인보우 로망스'(05) 때 고등학생으로 한 회 특별출연을 했을 때가 전부다. 배우 인생에서 단 하루 교복을 입은 셈이다(웃음). 물론 역할만 좋다면 언제든지 입어보고는 싶다. 이번에 '미스코리아'에서 마흔을 바라보는 선균이형이 교복을 입었더라. 학부모 나이에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배우 생활에 고민이 많았다고.
"주변에 사건사고도 많았고 현실적인 고민도 컸다. 무엇보다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구가의 서' 들어갈 때 '이렇게 좋은 역할을 받아놓고 소화를 못한다면 정말 그만 둬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그걸 보고는 김은숙 작가님도 연락을 해 주셨다."
-올 한 해가 누구보다 뜻깊었을 것 같다.
"30을 앞두고 전환점을 맞았는데, 다행히 연기를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배우를 안 해도 마땅히 할 건 없었다. 다만 매니저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생각은 해 봤다. 얼마 전 TV에서 공유 선배가 연기 그만두려 했다고 하더라. '저렇게 잘 된지 오래된 사람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싶었다. 심지어 김명민 선배도 '불멸의 이순신'으로 연기대상을 탔는데, 바로 전 해에는 이민가려 했다고 하더라. 결국 모든 배우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고민인 것 같다. 여자친구가 싫어하거나 처가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
-예능 프로그램 출연 계획은 없나.
"제가 나가서 어색하지 않은 자리라면 어디든 좋다. 리얼 버라이어티보다는 토크쇼가 좋다.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중간에 막 끼어드는 것을 잘 못한다. 토크쇼는 차례대로 순서가 돌아오지 않나.
-외모는 도시적인데 시골 출신이다. 사투리 연기도 자신있나.
"목포가 고향이다. 고3 때 수능보고 그날 바로 상경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축제 때 노래를 부르고 음악에 꽂혀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워야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막무가내로 와서 그런지 알바하면서 허송세월만 보냈다. 연줄도 없어 힘들었는데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응답하라 1994'처럼 사투리 쓸수있는 역할은 지금보다 조금 더 입지를 굳혔을 때 해보고 싶다. '응사'를 봤는데, 손호준(해태)이 쓰는 말투가 내 어린 시절 말투와 비슷하더라. 사실 목포 사투리는 조금 더 거친 구석이 있다(웃음)."
-소속사 선배인 정우성과는 어떻게 지내나.
"워낙 큰 형님같은 분이다. 연기 뿐 아니라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장난칠 때는 굉장히 순수한 면이 있는 분이다. 요새 TV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그동안 너무 멋진 모습만 보여주다보니 스스로 질린 게 아닌가 싶다. 가끔 썰렁한 농담을 할 때는 동네 바보형 같은 친근한 모습이 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형이 너무 연예인 같으니까 말도 잘 못 걸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