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곳에 갇혀 7시간 동안 게임을 해 승부를 겨루는 서바이벌 게임. 그 안에는 심리전과 눈치싸움, 편가르기 등이 난무한다.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32)는 겜블러·아나운서 등 머리 좋다는 사람을 꺾고 지난해 tvN '더 지니어스' 시즌1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만 7900만원. 그는 '더 지니어스' 속 명석한 두뇌 게임 실력으로 2010년 프로게이머 은퇴 후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12월 시즌2까지 참여해 다시 한 번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에는 두뇌 싸움 뿐 아니라 배신이 넘쳐나는 프로그램 속 의리를 지키며 '정의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4회에서는 불같이 화를 내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성 네티즌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몇몇 커뮤니티에선 유재석급으로 바라본다. 8일 본지와 만난 홍진호는 당일 일베 논란으로 적지않게 당황했을 법도 한데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대본보고 외우는 것도 아닌데 곤란한 질문도 머릿 속에서 딱딱 정리해 막힘없이 술술 잘 풀어낸다. 딕션도 나쁘지 않다.
-네다섯명이 남았다고 들었다. 무사한가.
"이렇게 무사히 잘 있지 않냐(웃음). 주변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하는데 결과는 방송으로 보는게 최고다."
-시즌2 우승에 대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우승을 하고 싶지만 강력한 사람이 많다. 이번에는 힘들지 않겠냐(웃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과 달라 단순히 게임을 잘한다고 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탈락자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그렇나보다. 지금까지 녹화 상황을 두고 네티즌들이 '누가 남았겠다' '누군 탈락한거 아니냐' 등 많은 것을 유추하고 있더라. 재미로 예상하는건 상관없는데 확실한건 지금 떠도는 것들은 모두 예상이지 정확한건 아니다."
-시즌1보다 시즌2가 확실히 반응이 좋다.
"반응이 좋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뜨겁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좋은 건 베스트다. 시즌2는 단순히 좋다고만 표현하기 힘들다. 여러 상황이 있지 않냐. 반응이 뜨겁다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다."
-추악했던 4회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말 열 받았나.
"원치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다 같이 올라탄 배에 누군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배 안에서 불필요한 피해자가 발생했다. 방송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기분이 다운되는 건 숨길 수 없더라. 사실 열받았다는 표현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게 또 방송에서 그대로 표현이 됐다."
-녹화가 아닌 방송으로 보면서 또 욱 했을텐데.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진이 본방을 사수하는 편이다. 녹화를 할 때는 자기 게임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나 행동을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방송을 보다보면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그런데 또 개개인의 상황을 보여주다보니 '아 그랬구나'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촬영 당시 안 좋은 감정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나.
"게임을 하다보면 짜증이 나고 가끔 모욕감이 들 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게 그 후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카메라가 꺼져도 여운이 남을 때도 있지만 뒤풀이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더 언짢은게 있으면 나중에 따로 만나 얘기를 하기도 한다. 나 역시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있다보니깐 그 정도는 서로에게 허용되는 부분이다."
-인터넷에선 '영웅화'되고 있다.
"좋아해주는건 감사한데 너무 과한 포장은 조금 부담스럽다. 방송 내 캐릭터가 평소 성격이다. 잘보이려고 못나보이려고 한 것도 없다. 욕도 잘하고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도 있는데 뭐라도 된 것처럼 돼 버렸다. 이제 나쁜 짓도 못 하고 다니겠다(웃음)."
-방송 후 반응 체크도 하는 편인가.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네티즌 의견을 안 볼 수가 없다. 크게 휘둘리는 편은 아니다."
-솔직히 휘둘릴만큼 강력한 악플이 없지 않냐.
"음…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더 지니어스' 관련 악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힘들어하는 출연자도 있다."
-힘들어 할 출연자는 대충 알겠다.
"신기한건 생각외로 크게 신경을 안 쓰더라. 방송 후 엄청 침울해 할 줄 알았는데 씩씩하다. 그래도 너무 원색적인 악플을 보면 내가 다 안타깝다."
-녹화 시간이 꽤 길다고 들었다. 힘들지 않나.
"보통 1회분 녹화가 6~7시간 정도 진행된다. 체력적으로 지치기보단 정신적으로 힘들다. 아무래도 두뇌 회전을 요하다 보니 넋이 나간다. 또 카메라가 도는 내내 눈치도 봐야하고 말도 해야하고… 녹화가 끝나고 나면 멍해진다."
-조작 논란도 있더라.
"녹화장에는 종이쪼가리 한 장이 없다. 100% 리얼로 스토리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데스매치 상대가 미리 정해져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절대 그럴 수 없다. 네티즌에 의해 우연히 조작같아 보이는 몇몇 장면이 있었나본데 내 이름을 걸고 조작은 전혀 아니다. 조작이었다면 내가 우승했겠냐(웃음)."
-'스타크래프트' vs '더 지니어스' 뭐가 힘드나.
"당연히 '더 지니어스' 게임이 훨씬 힘들다. 녹화 시간도 길 뿐더러 이것저것 신경쓸게 많다. 게임은 결국 컴퓨터를 거친다. 컨트롤 싸움이나 빌드 등 모든게 컴퓨터를 거치지만 '더 지니어스'는 다르다. 내가 문제를 풀고 사람들과 대화를 해가며 그 안에서 숨기는 것도 있어 다각적으로 복잡하다. 카메라가 도는 순간부터 초집중해야하지 않냐. 사람과 사람이 싸우는게 가장 힘들다."
-게임 설명을 들으면 한 번에 이해가 가나.
"아니다. 게임에 대해서 한 번에 파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도 룰을 듣고 나면 처음에 혼란스럽다. 방송에 다 나오지 않지만 우왕좌왕하는 시간도 꽤 길고 이해하는데 한참 걸릴 때도 있다."
-지금껏 가장 제일 잘 파악한 사람은.
"시즌1 차민수 선배님이다. 게임 내용을 듣자마자 이해하더라. 필승법까진 아니지만 차선책을 빠르게 생각해내는 모습에 놀랐다. 듣자마자 1분도 채 안 돼 이해하는게 신기했다."
-두 시즌 통틀어 가장 무서운 출연자는 누군가.
"(이)상민형이다. 시즌1때는 안 그랬는데 이번 시즌에서 우승에 대한 열의가 넘친다.. 나 역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무언가에 주눅 들어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상민의 우승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
"그게 상민형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돌격대장 스타일이라 내가 모든 걸 앞에 나서 해결하려고 한다. 상민형은 뒤에서 판을 짜 모든 걸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자기가 나서는게 아니라 사람을 싸우게 만드는 전략이다."
-시즌1 상금 7900만원은 어떻게 사용했나.
"부모님께 드리고 나를 위해서도 조금 쓰고 나머진 저축했다. 딱히 그 큰 돈을 어디에 쓸만한 일도 없었다."
-시즌3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면.
"그때 상황을 봐야겠지만 고민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웃음) 계속해서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다음 시즌에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같은 동네에 살아 자주 보는 친구가 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이다. 그 친구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더 지니어스'는 머리 좋다고 잘하는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눈치가 빨라야된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 외 다른 식으로 요구되는게 많다. 희철이는 그런 면에서 뛰어나다. 얄밉게 잘해내지 않을까싶다."
-'더 지니어스' 출연을 후회한 적은.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프로그램 출연이 나에게 득이면 득이지 실은 절대 아니다. 나에겐 터닝포인트가 된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