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대타로 나섰지만, 팀 내 결승타 2위를 기록한 백업 선수. 팀의 허리를 든든히 책임지며, 리그 홀드 2위를 차지한 불펜 투수. 연봉 인상요인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지 못했다. 백업 선수와 중간 투수에 대한 구단의 연봉 고과 산정이 여전히 인색하기 때문이다.
롯데 내야수 박준서는 지난 9일 구단을 만나 올 시즌 연봉 68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연봉 6100만원과 비교해 700만원이 올랐고, 인상률은 11.5%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7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2홈런·32타점을 기록했다. 37안타를 때려냈는데, 이중 32타점을 올렸다. 안타가 대부분 타점으로 연결된 셈이다. 여기에 결승타는 6개로 손아섭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다. 지난 시즌 주로 대타로 나선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그가 '클러치 히터', '대타왕'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준서의 연봉 인상률은 11.5%에 그쳤다. 고액 연봉자가 아닌 만큼 20~30% 인상이 예상됐지만, 구단의 고과 산정은 인색했다. 구단 관계자는 "출전 경기수와 타석수가 적기 때문에 인상폭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철저한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롯데의 연봉협상 방침을 감안하면 박준서의 고과 산정은 불합리 해 보인다. 대타로 나서 때려낸 안타의 가치가 타석수가 적다는 이유로 평가절하 되기 때문이다. 대타로 나서는 상황이 공격 기회를 이어가기 위함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박준서는 올 시즌 팀의 주장을 맡았다. 팀을 이끌어 가야하는 만큼 격려차원의 연봉 인상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의 올 시즌 연봉 인상률 11.5%가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결국 그가 '백업 선수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박준서는 "이미 지난 일이다. 아쉽지만, 올 시즌 동료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팀 성적으로 보상받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에 앞서 LG 투수 이동현은 지난해보다 100% 인상된 1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 25홀드를 기록하며 소속 팀 LG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나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만큼 큰 인상폭이 예상됐다. 하지만 '대박'은 없었다. LG는 8개 구단과 연봉산정 방식이 다르다. 신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성과주의를 적용한다. LG가 그간 신연봉제로 보여준 파격인상을 감안하면, 이번 이동현의 연봉 인상률은 인색하기 그지 없다.
전문가들은 '신연봉제 자체가 중간 투수에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투수 부문 윈셰어(승리 기여도) 할당량이 타자 부문에 비해 작은데, 투수 중에서도 승리를 챙기는 선발이나 세이브를 얻는 마무리보다 딱히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중간계투의 가중치가 적기 때문이다. 중간 투수에 대한 박한 연봉 인상은 비단 LG 뿐 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간 투수들이 활약에 비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단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