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근 부천 감독의 '선수 주고받기' 의혹은 지나치게 많은 선수를 영입·방출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부천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10명 넘는 선수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내보냈다. 그 자리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16명을 선발해 메웠다. 감독이 바뀌며 물갈이를 한 것도 아니고, 기존 감독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 정도로 선수단 변동이 큰 건 드문 일이다. 특히 부천이 내보낸 선수 중엔 기량 미달인 선수뿐 아니라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인 '번외지명의 성공 사례'들도 있었다.
가장 의외인 인물로는 골키퍼 김덕수, 윙백 이윤의, 미드필더 허건이 꼽힌다. 세 선수는 지난 시즌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각자 자신의 포지션에서 팀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의 활약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공식 평가에서도 드러난다. 김덕수는 K리그 챌린지 위클리베스트에 4회 선정됐고 허건·이윤의는 3회 선정됐다. 임창균(5회·경남 이적)과 이후권(5회·상주 입대)을 제외하면 팀내에서 가장 많이 선정된 선수들이었다.
김덕수는 임창균과 함께 2013년 올스타전에도 출전해 이름을 알린 바 있고, 이윤의는 상주·강원을 거치며 K리그 클래식을 겪은 팀내에서 드문 경험의 소유자였다.
부천 선수단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서포터들은 허건을 가장 아쉬워한다. 허건은 눈에 보이는 공격 포인트 이상으로 팀에 기여하는 선수였다. 수비 가담이 아주 헌신적이었고 경기장 밖에서도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런 기여를 알아주지 않고 방출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부천은 지난해가 돌풍을 일으킬 적기였다. 드래프트에서 창단팀 우선 지명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준척급 신인 임창균·이후권 등을 뽑을 수 있었다. 광주가 김동섭(성남)·박기동(전남)·이승기(전북) 등 K리그 수준급 선수를 배출한 것도 2011년 창단팀 우선 지명 덕분이었다. 창단 멤버가 대거 이탈한 부천은 이들의 기량을 메울 수 있는 기대주가 필요했다. 구단 측의 주장대로 "선수단 규모를 축소하면서 연봉이 높은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천은 번외지명 11명을 비롯한 16명을 선발하며 여전히 비대한 선수단을 유지했다. 관계자는 "부천 기존 선수 중에는 새로 입단한 선수들을 보고 '저건 선수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올해 선발한 선수들의 수준이 작년 신인들보다 떨어진다고 전했다. 경기력이 아니라 인맥 때문에 선발한 선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