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덕수고 야구부는 6번의 전국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대회에 지난해 신설된 협회장기까지 휩쓸었다. 경북고와 부산고, 광주일고 등 전통의 명문들이 전국대회를 휩쓸던 때와는 달리 최근 고교야구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구 저변이 넓어졌고, 주거지를 떠나 유학길에 오르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평준화가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덕수고의 성적은 더 빛난다. 2011년 도입된 주말리그 3년 동안 덕수고는 서울지역 전·후반기 리그에서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덕수고 야구부는 어떻게 고교 최강팀이 되었을까. '1등의 비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고교 최강 덕수고, 1등의 비밀
①‘답게’를 가르치는 야구부 ②평범한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된다 ③비결은 ‘사위(四位)일체’
“안녕하십니까.”
까까머리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그들이 입은 야구 유니폼에는 빨간 글씨의 ‘DUKSOO'가 선명하다. 모자를 벗고 허리는 90도 가까이 구부린다. 포수 마스크를 쓴 친구도 예외 없다. 인사를 받고 나면 마치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마냥 어깨가 으쓱해진다. 인사는 사람을 춤추게 하는 마법이다.
덕수고 야구부 선수들은 학교가 쉬는 날 훈련을 할 때도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예의를 강조하는 학풍 탓이다. 학교에 손님이 찾아오면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도 덕수고만의 특징이다. 또 선수들은 스마트폰이 없다. 선수들끼리의 약속이란다. 학부모들도 반긴다. 요즘 스마트폰에 푹 빠져 있는 여느 고교생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프로 선수들의 상징인 선글라스와 각종 악세사리도 없다.
정윤진(43) 감독은 올해로 21년째 덕수고 야구부를 지키고 있다. 코치로 14년, 감독으로는 7년째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고교 감독 자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총동문회와 OB회, 학부모회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때문에 20년 넘게 한 자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다.
“저는 ‘답게’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고등학생이면 고등학생답게, 1학년이면 1학년답게 행동하라는 거죠. 한창 배우고, 인격 소양을 갖춰야할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더 엄하게 선수들을 대합니다. 잘 배워야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나름의 개똥철학이 있어서…” 정 감독의 소신이다.
덕수고는 서울 지역 야구 선수들의 학부모가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 중 하나다. 우선 진학 및 취업율이 높다. 정 감독 부임 후 단 한 명의 제자도 진학에 실패한 적이 없단다. 2014년 졸업예정자 12명 모두 프로 또는 대학 진출에 성공했다. 프로에는 6명이나 지명됐다. 1차 지명에서는 임병욱(19)과 한주성(19)이 각각 넥센과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2차 지명에서도 안규현(19·삼성·1라운드), 전용훈(19·두산), 임동휘(19·넥센·이상 2라운드) 등 5명이 상위 순번에 지명됐다.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나머지는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 명문 대학 합격증을 받은 상태다.
덕수고는 훈련량이 많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2시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대회가 없는 날은 밤 10시까지 강훈이 이어진다. 시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훈련의 질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효율적인 훈련이 덕수고만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덕수고는 야구의 기본기를 잘 가르치는 학교로 통한다. 정수근(37·은퇴)과 이용규(29·한화), 김민성(26·넥센), 민병헌(27·두산) 등 덕수고를 졸업한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로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2007년 졸업한 김민성은 “자세히 보면 학교마다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덕수고는 수비를 워낙 강조했다"며 "센스 있는 선수들이 많아 상대팀을 까다롭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고 했다. 정윤진 감독은 “기본기는 모든 지도자가 다 알고 있다. 수비할 때 공을 두 손으로 받고, 타격할 때 공을 끝까지 보고, 뛸 때 팔을 아래 위로 잘 흔들면서 끝까지 뛰고,우리가 기본기를 특별히 잘 가르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코치들이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다 보니 한 번이라도 더 봐주고, 한 마디라도 더 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본기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우리는 매일 번트 훈련을 100개씩 한다. 번트도 중요한 작전 중 하나인데, 프로 선수들 중에는 번트도 제대로 못 대는 선수들이 있더라. 또 캐치볼 하는 시간이 길다. 수비 훈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