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은 지난 9일 쇼트트랙 대표팀의 A코치를 태릉선수촌에서 퇴출시켰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A코치는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이 뒤늦게 제기되면서 선수단에서 쫓겨났다.
갑작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A코치는 2012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빙상계에 파다했다. 여자 선수를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그런데도 해당 지도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발탁됐다. 같은 학교 출신인 연맹 고위 관계자가 의혹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게 빙상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빙상연맹은 뒤늦게 "코치 선발 때는 알지 못했던 일이다. 상벌위원회를 열어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빙상연맹이 성 추문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쇼트트랙 대표팀 상비군 코치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비슷한 사례는 스피드스케이팅에도 있었다. 2011년 3월 성추행 사실이 알려졌던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고등학생 남자 선수 2명이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받고도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해당 선수들은 1년여 넘게 재판을 거쳐 지난해 12월 소년부 송치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빙상연맹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재판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해당 선수들은 지난해 10월 대표선발전에 버젓이 출전했다. 빙상계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게 기본 처리 규정이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2012년에는 미국 출신의 스피드스케이팅 코치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신원 조회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확인해 영입을 철회했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빙상계는 2010 밴쿠버올림픽 직후 '짬짜미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특정 선수들이 함께 대표에 선발되도록 하기 위해 선발전에서 담합을 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나왔다. 이 사건으로 빙상연맹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일선 지도자들은 연맹의 일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빙상연맹은 짬짜미 파문이 터지자 2011년 이후부터 홈페이지에 있던 자유게시판을 없애고 이메일로만 의견을 받는다. 쇼트트랙 대표 출신 한 지도자는 "이런 식의 대외 소통 방식은 빙상계의 제살 깎기다. 도대체 연맹이 뭘 숨기려고 그런 식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