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전 KIA 수석코치는 일간스포츠 모바일야구신문 베이스볼긱의 편집자이다. LG 감독을 거쳐 해설위원을 지낸 그는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하다. 은근슬쩍 뒤로 빼는 법이 없다. 본 대로, 느낀대로, 아는대로 거침없이 직언을 한다. 혹자는 그런 그를 독설가라고 깎아내린다. '독설이 아닌 진심'. 베이스볼긱의 간판 편집자가 된 이순철은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롱런해야 할 후배들에게 사탕발림은 하고 싶지 않다.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경험하고 배웠던 것들을 전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 독설이 아닌 진심으로.
- 긱(Geek)이라는 단어, 그 전에 들어본 적 있으신지.
"설명을 듣긴했다. '숨은 이야기들을 해달라'고 하던데, 신문에 나오지 않는 그런 걸 말하라는 것인가. 요즘 많이들 하는 팟 캐스트 하듯이 하라는 건가."
- 야구 감독 중에 팟캐스트 듣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은데.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신문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것들을 팟캐스트에서 듣는다. 팟 캐스트 안에 들어가면 정말 다양하다."
- 시사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철도 노조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철도노조 측의 홍보 전략 방식이 조금 아쉽다. 노조 쪽에서 파업을 할 때 '왜 민영화를 하느냐'보다는 '왜 이익도 없는데 철도를 둘로 쪼개려 하느냐'는 쪽으로 설득하고 접근해야 대중들의 이해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저 민영화를 하지 말자고만 하면, '너네 귀족 노조잖아. 편하게 일 하잖아'라는 말만 듣는다. 그런 전략은 잘 안 먹힌다. 민중의 발을 볼모로 한다는 소리만 듣는다."
- 아이패드를 쓰나.
"처음 해설위원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포털사이트에서 야구 풀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다음날 방송 해설 준비를 하려면 지난간 경기를 봐야한다. 천상 새벽 3~4시에 TV 재방송으로 봐야했다. 경기 다 보고 침대에 누우면 아침 8시가 넘었다. 나도 사람인데 잠도 자야하고, 운동도 해야하는데 많이 힘들었지. 그런데 포털사이트에서 야구를 제공하면서 한결 수월해졌다. 그때 마침 아이패드가 나왔고 언제 어디서든 야구를 볼 수 있게 됐다. 아이패드를 쓰다가 아이튠스를 알았고, 팟캐스트로 빠졌다."
- 신문을 많이 읽나.
"노력하는 편이다. 나는 신문도 어느 한 신문만 읽지 않는다. 한겨레, 경향신문도 읽고, 중앙, 조선일보도 읽는다. 신문마다 논조가 다 다르지 않나. 다양한 신문을 골고루 봐야 균형감각을 갖출 수 있다. 어느 한쪽만 보면 그쪽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기모순에 빠진다. 나 젊을 때는 동아일보가 진보지였고 정말 강한 신문이었다. 세월이 흐르니 이제 보수 신문이 됐다."
- 다양한 '감투'가 많은 편이다. 요즘에는 어떤 직책을 맡아 고생하기 보다는, 그냥 숟가락만 얹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감투 별로 없는데.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 회장 말고는 없다. 거의 명예직이다. 나는 내 생각과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 뒤돌아 보지 않고 그냥 간다."
- 그렇게 살면 손해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이상훈 사건도 터진 것이다. 내가 만약 LG 감독 시절에 그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조금 더 순조로웠을 것이다."
- 기타 사건.
"이상훈이 기타를 쳤고, 그걸 내가 못 치게 했다고들 알려졌다.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언론에 '이순철이 기타를 못치게 했다'고 났다. 당시 나에게는 '기타를 쳐라, 마라'할 권한이 없었다. 단, 감독으로서 캠프에 갔을 때 라커룸에서 기타를 치면 선수들에게 피해가 되니까 그 공간에서만 자제해 달라고 했다. 그건 감독으로서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코치의 건의도 있었다. 우리가 보통 캠프를 나가면 숙소는 2인 1실을 사용한다. 상훈이는 취미가 기타 치는 거니까 그걸 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잠을 자야한다. 이상훈이 기타를 치면 시끄럽고 피해를 주는 것이다."
- 경기장 라커룸에서도 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라커룸도 코치가 '아무래도 상훈이 기타를 좀 자제시켜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상훈이 보직이 마무리 투수다보니 7~8회까지 라커룸에서 기타를 치다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도 수긍이 갔다. 그래서 상훈이가 이 두 공간에서만 기타 치는 걸 자제하라고 해라. 나머진 얼마든지 쳐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반발을 한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설득하라'고 했다."
- 트레이드 요청 건은 어떻게 불거진건가.
"그러다가 괌으로 재활 훈련을 갔다. 미팅을 하면 코치가 보고를 하는데, 이날만은 뜸을 들이더라. 그러다가 '이상훈 선수가 말하는대로 그대로 전하겠습니다'고 그러는 거라. '토씨하나 틀리지 말고 감독님에게 전하십시오.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트레이드 시켜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뭐? 토씨하나?'라고 했지. 나도 사람이다. 이건 감독에게 반항하는 건데. 선수가 이렇게 나오면 같이 야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도 모르게 확 돌아버리더라. 그래서 그때 괌에서 일간스포츠·스포츠조선·스포츠서울·굿데이·스포츠투데이까지 5개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직접 이상훈이 트레이드시킨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감독이 어디 있겠나."
- 후회하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반성하고 후회한다. 그때 조금 더 슬기롭게 풀었다면 어땠을까. 그때는 나도 나이가 젊고 혈기왕성했다. 상훈이도 그랬었고. 선배와 후배와의 일이기도 하니까 내가 조금 더 참았어야 했는데…. 그때는 선수가 감독에게 '기브 업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 시간이 흘렀는데 이상훈과 만나 이야기 하고 싶은가.
"그 친구가 지금 고양원더스에서 코치로 있다. 나중에 다른 지인으로 부터 '감독님과 이상훈 사이에 낀 사람이 말 전달을 잘못해서 일이 커졌다'는 말을 들었다.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 나도 언젠가 지인에게 '상훈이에게 내가 언제 소주 한 잔 하자고 한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지금은 선배로서 내가 조금 더 슬기롭게 행동하지 못한 부분만 생각하게 된다."
- 해설 내용이 참 좋은데, '모두까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나는 아들도 지적한다. 사실 지적 부분도 오해를 참 많이 받는 부분이다. 물론 표현 과정 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진심은 이 친구가 이렇게 하면 선수로 롱런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적하는 거다. 내가 항상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기초와 기본기가 튼튼하면 운동을 오래한다'다. 그것만 갖추면 아무리 좋은 신인 선수들이 나와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간 자리를 끌고갈 수 있다. 내가 해설을 하면서 지적한다고 하는데 프로선수로서 오래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나를 모르는 사람은 비난한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다."
- 해설가나 지도자로서 철학이 있는가.
"직업 야구 선수, 프로선수라면 눈속임하는 야구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보이지 않는 에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야구 수준을 미국, 일본을 '상'으로 볼 때 '중' 정도로 본다. 우리가 '중상'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좀 더 흥미롭고, 깊은 내용. 이순철 위원의 진짜 이야기는 베이스볼긱 앱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