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의 나이에 2년간 몸 담았던 인천을 떠나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생애 첫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위한 늦깎이 도전이다. 또 월드컵의 해인 2014년, 그는 해설위원으로 색다른 도전에도 나선다. 김남일은 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남일은 현재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에서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남일은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겪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1월 초 전북 이적을 확정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지난해 인천과 계약이 끝나게 돼 있던 김남일은 후반기부터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마침 동기인 이영표가 그 해 10월 은퇴를 했다. 동시에 김남일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자 '이영표는 강의도 하고 다니는데 넌 뭐하냐, 그만둬라'라는 일부 팬들의 악플이 이어졌다.
그 시기에 김남일은 운명처럼 최강희 전북 감독과 만났다. 최 감독은 "40세가 넘어도 뛸 수 있다. 나이를 따지지말고 현재 능력만 보자. 어차피 지도자는 나중에 할 수 있지만 선수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김남일을 설득했다. 최 감독의 진심이 담긴 러브콜에 김남일은 전북 이적을 결심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도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미팅하고 난 뒤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오는 6월 월드컵 기간에 KBS 객원 해설위원을 맡는다. "와이프 협박에 반 강제로 하게 됐다"며 웃은 김남일은 "이영표와 이용수 해설위원이 중심 역할을 하시니 나는 옆에서 한 마디 던져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토대로 시청자들이 접하지 않았던 생동감 있는 멘트를 하면 신선하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김남일은 최근 전지훈련 평가전 참패를 당한 홍명보호 선수들에 대해선 "나도 2001년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실수했다. 백패스로 실점했을 때 '나는 여기서 끝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히딩크 감독님이 나를 교체하지 않고 90분 동안 믿어주셔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대패를 당하면 선수단 사이에서 위기 의식이 생긴다. 오히려 배포도 생기게 된다. 큰 경기에 나가도 위축되지 않게 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대패는 분명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