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김승연(61·사진)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79·사진) LIG그룹 회장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재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1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의 빚을 갚아주겠다며 3200여억원대의 회사 자산을 부당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싸게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어 항소심 선고 전 사비를 털어 계열사 피해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법원에 공탁하는 등 계열사 손해를 상당부분 회복시키려 노력한 점,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인정받아 2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됐다.
한편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우울증과 패혈증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세 등 건강상 이유로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돼 있다.
서울고법 형사 5부는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44) LIG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차남 구본엽(42) 전 LIG건설 부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구 회장은 풀려나게 됐지만, 구 회장의 아들 2명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구 회장 일가는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담보로 맡긴 주식을 되찾아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 10월~2011년 3월까지 금융기관에서 1894억원의 사기성 CP와 26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계에서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두 재벌총수가 풀려나옴에 따라 SK, CJ, 효성 등 총수가 재판에 회부된 그룹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와관련 해당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과 구 회장이 풀려나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경제계 비리에 엄격했던 사법부의 잣대가 다소 부드러워진 것같아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