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4개월 가량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돌입한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의 청사진이 드러났다. 대표팀 구상에 박지성(33·에인트호번)은 없다. 그러나 박주영(29·왓포드)은 있다.
홍 감독은 14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전지훈련 및 유럽출장 결산 기자회견에서 여러 이슈에 대해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 첫 번째 주제는 박지성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4 브라질월드컵에 박지성은 뛰지 않는다"며 명쾌하게 선을 그는 홍 감독은 "박지성과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복귀하지 않는다는 선수의 의지가 확고해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은퇴선언 이후 줄곧 이어져 온 '박지성 컴백' 관련 화두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달 박지성이 일간스포츠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표팀 복귀는 없다. 월드컵 본선행에 기여한 후배의 자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했다. 박지성이 복귀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홍 감독은 "이번에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박지성의 무릎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주영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박주영을 뽑을 생각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홍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내 입장은 미국 전지훈련 기간 중 밝힌 것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경기 감각과 몸 상태를 충분히 파악해 대표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뽑는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주영은 겨울이적시장 기간 중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로 이적해 1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지만, 컨디션을 상당히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유럽에서는 실전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연습경기 등을 통해 출전기회를 준다"면서 "박주영이 이적을 앞두고 아스널의 벤치 멤버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 건 경기 감각이 충분히 회복됐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홍 감독 입장에서도 월드컵 본선 개막을 목전에 둔 5월에 새 선수를 테스트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있는 만큼, 3월 평가전에 박주영을 불러 경기력과 전술 적응력을 점검하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 최정예 멤버를 기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실질적으로 경기력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언급한 그는 "대표팀을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눠 바라보는 시선은 대표팀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소속팀과 이름값을 배제한 실력 위주 선발'이라는 선수 기용 원칙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