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트로풍의 신곡 'BEEP'(빕)을 발표하고, 10대 소녀처럼 화사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쉴 새 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댄스 본능'을 멈추지 않는다. 뇌쇄적인 눈빛은 여전하지만, 한 번도 본적없는 밝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 윤종신의 소속사 미스틱89와 계약하고 발표한 '미스터리' 보다도 더 밝아졌다는 평가. 섹시했던 '성인식'의 박지윤, 기타치고 노래를 읊조리던 박지윤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인터뷰 중에도 껄껄 웃고, 심한 농담도 던진다.
지금까지 그녀를 대표하는 색은 '블랙'이었다. 대표적 섹시 스타였던 20대 초반에도 왠지모를 어두움이 있었고, 아티스트로서 자립을 꿈꿨던 20대 후반에도 표정엔 그늘이 졌다. 연예계 21년차 박지윤이 32살에 밝아진 이유는 뭘까.
-타이틀곡이 'BEEP'(빕)이다.
"레트로 풍의 곡이다. 모든 알람 소리를 빕이라고 하고, 방송에 묵음 처리를 할 때도 빕이라고 한다. 가사 내용 중에 몇 번 들어가는데 발랄한 곡 이미지랑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전작 '미스터리'에서 기대를 넘는 사랑을 받아서 이번 싱글 작업에서는 더 힘을 실었다. 난 가사에 참여했는데 '박지윤의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무대에서도 춤도 열심히 추고 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춤을 열심히 춘다. 발랄한 이미지가 정말 갖고 싶었나보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지윤이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오버해서라도, 억지로라도 밝은 기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부르고 나면 밝은 에너지가 쌓이는 느낌이다."
-최근 가요계는 '섹시 대란'인데. 원조격 아닌가.
"여자에겐 섹시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가수 인생으로 한정하자면 히트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인생으로 봤을 때 섹시 컨셉트가 힘들게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을거다. 그런 부분이 염려 된다."
-평소엔 뭘하면서 지내나.
"일 밖에 없다. 약간의 일 중독인 거 같다. 제일 좋은 건 녹음할 때다. 노메이크업에 노래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방송은 사실, 노래 보다는 전체적인 퍼포먼스에 더 신경 쓰게 되는거 같다."
-일을 빼면 뭐가 남나.
"잠이나 밥, 운동 정도. 항상 외롭지만 지금은 소소한데서 즐거움을 찾는다. 인간은 항상 외롭다고 생각한다. 그럴때 남자 친구로 외로움을 채울 것이냐, 다른 것으로 채울 것이냐의 문제인데 난 그 부분을 일로 채웠다. 이젠 나이가 있으니까 아무나 만나게 되지는 않는다."
-결혼 생각은 없나.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결혼이 필요한 나이로 만든다. 쉰 살된 아주머니도 만나서 얘기해보면 아직 이십대 같을 때가 있지 않나. 나이만 먹었지 생각하는거 다 똑같다. 내 나이를 세어보니 내가 서른셋이란 숫자에 와 있는 것 뿐이다. 난 어떤 부분에선 성장이 멈춰있다."
-다시 파릇파릇한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기 싫다. 이십대의 불안한 내 정신상태와 불안했던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불안해서 짜릿했던 적도 있었고, 이젠 영영 못 느낄 테니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 기간을 경험하고 나서 생긴 지금의 여유가 좋다."
-윤종신의 제안을 받고 미스틱89에 온 뒤 후회는 없었나.
"아직까지는 없다. 진심으로 미스틱89라는 회사에 잘 온거 같다. 연말에 (김)예림이에게 '내가 다양한 회사를 만났지만, 네가 첫 회사로 미스틱89를 만난 걸 감사해야한다'는 이야길 해줬다. 자기도 동감한다고 하더라. 뮤지션들의 음악성을 잘 보전해주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회사다. 회사 컬러가 마음에 든다. 컴백하고 '박지윤 청순' 같은 검색어들이 올라왔는데 종신 오빠가 '우리 회사에 들어올 때까지 예쁘게 잘 유지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그런 말이 오갈 정도의 따듯한 회사다."
-지난해 히트곡인 '미스터리'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프라이머리가 좋은 프로듀서라고 생각하는데 변함은 없다. 아직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겪었으니,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음악 말고, 삶의 멘토가 되는 선배는.
"아티스트로서는 정말 좋은 선배가 많다. 근데 공통적으로 삶이 아프더라. 삶의 조언은 믿음(신앙)으로 받고 있다. 아티스트로는 이소라 선배를 좋아한다. 장수하는 여자가수가 없으니까. 공연으로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자기 색깔이 강하게 있는 점도 좋아한다."
-아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히든싱어'에는 한 번 나가보고 싶다. 두 번째 시즌 1회를 봤는데 재미있더라. 근데 난 쉽게 맞출수 있을거 같다. 가수들끼리 하는 경연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다. 가수들끼리 누가 더 노래를 잘하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싫다. 경쟁적인 사회가 사람들의 마음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