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올해 33년째를 맞았다. 국민 스포츠라 불릴 만큼 인기가 꾸준히 올라 2013년 9구단 체제가 됐고, 2015년에는 10구단이 1군 무대에 선다.
그러나 상승세를 보이던 관중수는 2012시즌 700만 명을 정점으로 2013시즌 내리막길을 걸었다. 팀이 늘어나면서 일부 팬들로부터 ‘경기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알게 모르게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100번 강조해도 부족한 말 “먼저 프로가 돼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기가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프로의식으로 무장하는 것이 먼저다. 개인은 개인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프로의식을 갖춰 나아갈 때 전성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며, 위기를 최대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프로의식을 제대로 갖춘 선수가 많아지면 우선 경기의 질이 높아지고 선수의 수명이 늘어난다. 한참 더 뛰어야 할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불행한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선수 수명이 길어질수록 멋진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늘어나고, 경기 수준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프로의식은 비록 프로야구뿐 아니라 모든 일에 다 적용된다. 그러나 현역 선수 중에 ‘완벽하게 프로의식을 갖춘 선수가 몇이나 될지’를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먼저 프로가 돼라”는 말이다.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몰입하라
프로 선수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야구 기술로써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뛰었던 경기 비디오를 보며 밤을 새워 연구하고, 밤에 자다가도 불현듯 자신의 타격에 이상한 점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나 1000번, 2000번 스윙하는 것은 기본이다.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몰입하는 근성이 필요하다.
순발력이 둔해져 예전 같은 스윙을 할 수 없다면 타석에서의 히팅 포인트(방망이 궤도와 투구가 만나는 점)를 투수쪽으로 이동하는 등 대처할 수 있는 타격 방법을 반드시 찾아 낸다.
이병규(LG·등번호 9)는 2013시즌 8년 만에 수위타자에 복귀했다. 타석에서 테이크백(스윙궤도)이 커지면서 공을 보는 시간을 늘렸고, 그 덕택에 아주 나쁜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구안이 좋아져 타율이 오른 것’이 아니라 공을 보는 시간을 늘리는 기술적 변화를 줬기에 가능했다.
‘오리 궁둥이’ 타법이었던 김성한(현 한화 수석코치)은 은퇴 직전에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이동해 선수생활을 연장했다. 그는 해태 시절 말년에 타격이 잘 안되자 히팅 포인트를 마운드쪽으로 당겨 놓는 것으로 한동안 예전의 타격감을 회복했다.
기술적 대처 방안은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법을 찾기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몸 쪽 공을 잘 못 치면 타석에 서는 위치를 변경한다든지, 순발력을 높일 수 있다면 허리를 받쳐놓고 스윙을 한다든지 스스로 느낌이 올 때까지 반복 연습해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 만족해야 진정한 성공
프로는 위기가 닥치기 전 끊임 없이 기량을 업그레이드한다. 오래된 자기 것을 지키려는 것은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프로는 자신의 플레이에 스스로 만족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결과만 갖고 됐다, 아니다 라고 성공 기준을 삼지 않는다. 안타를 기록했더라도 그 타석에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여겨야 한다.
이호준(NC)과 정성훈(LG) 강정호(넥센) 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타석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테이크백을 더욱 크게 하는 호쾌한 스윙으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선수는 나이가 들면 체력은 물론이고 순발력과 시력(공을 보는 눈)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떨어지면 공을 더 잘 보기 위해 상체를 숙이고, 순발력이 떨어지면 투구에 방망이를 맞추려는 본능에 타석에서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더 높이 오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고조에 올랐을 때에도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프로다. 꾸준히 자기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의욕이 넘쳐야 한다.
3할 타자라면 거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못 친 7할을 줄여보려고 늘 도전해야 한다. 만족하는 순간 패배자의 길에 들어선다.
10승, 15승 투수의 경우에도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기가 잘 던져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타자들이 잘 때려줘 승리한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이승엽(삼성)과 이대호(소프트뱅크)는 한국에서의 국민타자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 프로야구 최고타자에 도전했다. 류현진도 한국 최고투수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과의 경쟁에 과감히 나섰다.
하지만 한국 최고 선수들을 보면 상당수가 약점이 있어도 고치지 않아 아쉬울 때가 많다. 항상 주전자리가 보장되어 있고 이에 안주해서 그렇다. 그 선수도 주전이 아닐 때는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가 되고 나서는 땀의 소중함을 잊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목표 의식과 향상심을 잃어 버린 것이다.
◇프런트도 바뀌어야 한다
선수 못지 않게 구단 프런트의 프로의식도 요구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진정한 프로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러나 프런트는 프로야구 출범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변화가 더디다. 아직도 모기업에 손을 내밀지 않으면 운영을 하지 못할 정도다.
이제 각 팀은 모기업의 그늘에서 나와 구단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흑자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르게 팬에 다가서야 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구단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프로의식을 지닌 선수가 감동적인 경기를 하고, 프런트는 이를 밑천 삼아 흑자 경영을 일궈내야 한다. 경기가 재미 없으면 관중이 줄고, 관중이 줄면 방송도 따라서 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직 프로야구 인기는 좋다. 이럴 때 잘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경기를 하는 선수가 프로의식을 갖추지 않고, 팬이 호응해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프로야구 관중 700만 명에 좋아할 때가 아니다. KBO와 구단은 프로의식으로 뭉쳐 팀별 관중 200만~300만 명 시대를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