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시장에 깔린 다운재킷은 수백만 장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1000만 장 이상 찍어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스포츠, 케주얼 브랜드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다운재킷을 쏟아부은 결과다.
특히 이번 시즌엔 가격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두껍고 무거운 다운재킷이 불티나게 팔렸다. 업계는 이것을 ‘헤비재킷(Heavy Jacket)’ 또는 ‘헤비다운재킷(Heavy Down Jacket)’이라 이름붙였다. 대개 ‘히말라야(Himalaya·눈의 거처)’ 또는 ‘에베레스트(Everest)’ 등 히말라야의 지역의 고유 명사를 빌려 이름을 지었다. 업계의 설명대로라면 두껍고 무거운 헤비다운재킷은 혹한기 아웃도어용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지하철, 사무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다운재킷 세탁법
그렇다면 100만원을 호가하는 비싼 다운재킷을 내년 겨울에도 새 것처럼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운재킷의 경우 어떻게 세탁, 보관하느냐에 따라 소재의 기능성이 지속되는 시간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말한다.
K2 관계자는 “다운재킷은 제대로 된 방법으로 세탁, 보관하지 않으면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운재킷의 효과적인 세탁·보관요령을 알아봤다.
외투 등 고가의 의류를 세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히는 드라이클리닝은 다운재킷에는 적당하지 않다. 오리나 거위의 털을 이용해 만든 다운 소재에는 수분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고, 폭신폭신한 탄력성을 유지해주는 유분이 포함돼 있다. 만약 여기에 솔벤트나 퍼클로로에틸렌을 사용하면 유분이 다운 소재로부터 지나치게 빠져나가는 일이 생긴다. 또 유분이 기능성 소재 위에 남아 있으면, 투습이나 발수 작용을 위해 만들어진 미세한 구멍을 막아 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즘은 석유계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무방한 다운재킷도 나오고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재킷 안쪽에 붙은 택(Tag)의 내용을 잘 살펴보고 따라야 한다.
세탁은 가벼운 손빨래가 좋다. 중성 세제를 물에 희석시킨 뒤, 옷을 물에 담가 손으로 부드럽게 눌러주면서 빤다. 이때 옷의 지퍼는 채운 채로 넣어야 한다. 그래야 재킷의 모양이 틀어지지 않는다. 옷을 강하게 비틀면 겉감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하고 목이나 소매 끝단 등 때가 타기 쉬운 부분은 손으로 살살 주물러 모양을 최대한 유지한다.
헹굴때는 세제 찌꺼기가 남으면 충전재가 상하고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충분히 헹군다.
피치못하게세탁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부드럽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쓰는 망을 이용하면 다운재킷의 겉감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세탁기로 세탁을 하게 되면 어떤 다운재킷이든 털이 뭉치게 돼 있다.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뭉친 깃털을 펴주는 것은 쉽지 않다. 건조 중에 한 번씩 털어주면 뭉친 상태로 건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옷을 말릴 때는 직사광선을 피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말려야 한다.
세탁 적게하는 것이 최선
하지만 다운재킷은 가능하면 빨지 않고 오래 입는 게 최선이다. 아무리 좋은 소재를 썼다 해도 자주 빨면 털이 뭉치고, 볼륨이 줄어들면서 보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다운재킷은 때가 많이 묻는다기보다는 불쾌한 냄새가 더 큰 걱정이다. 오리나 거위의 털을 이용한 천연 소재이기 때문에 담배 연기나 몸의 지방, 체취가 쉽게 배어들기 때문이다. 다운재킷을 입고 외출을 한 날은 들어오자마자 베란나나 집밖에 걸어두는 게 좋다. 통풍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냄새가 빠져나간다. 이때 방향제를 살짝 뿌려주는 것도 좋다.
또 전체적으로 세탁할 필요가 없고, 일부분만 더러워졌다면 부드러운 칫솔을 이용해 닦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시즌이 끝나 입지 않게 된 다운재킷은 통풍이 잘되는 곳에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하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상자나 서랍에 넣어서 보관해야 한다면 접거나 개기보다는 편채로 뉘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접거나 개면 충전재가 한쪽으로 몰리거나 복원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방습제, 신문지 등과 함께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