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고르라면 단연 춘추전국시대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춘추전국시대에 비유된다. 최근 몇년간 절대 4강 세력으로 불렸던 팀들의 전력이 약화된 반면, 4강 문턱에 오르지도 못해 약자로 분류됐던 팀들의 전력 보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야구전문가들은 '1등을 꼽기도 어렵지만, 꼴등을 말하기 더 어려운 시즌'이라고 평한다.
절대적 강자도, 뚜렷한 약자도 없다
올 시즌 절대적 강자도, 뚜렷한 약자도 없는 9개 팀의 맞대결이 예고되어 있다.
최근 3년(2011~2013년) 동안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내며 리그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마무리 오승환을 잃었다. '삼성 전력의 반을 차지한다'고까지 했던 오승환의 이탈은 삼성에는 뼈아프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 마틴의 부상(5월 초 복귀예상)까지 겹치면서 삼성은 새로운 마운드 구상의 걱정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을의 기적'을 일으켰던 두산은 이번 비시즌 동안 FA(프리에이전트) 3명(이하 NC 이종욱, 손시헌, 롯데 최준석)과 임재철, 김선우(이상 LG)등 베테랑의 대거 이탈로 몸살을 앓았다. 팀 주전급 선수들의 나이대가 젊어지면서 활력이 생겼다고는 하나, 올 시즌 경험에서 오는 부재를 어떻게 해소할 지가 관건이다. 새 사령탑 송일수 감독과 선수들의 호흡도 변수다.
넥센의 화력은 여전히 강하지만, 마운드의 붙어있는 물음표는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나이트와 밴헤켄이 원투펀치로 버티고있고, 마무리 손승락이 건재하다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능력에 확신이 없다. '언젠가는 터져주길 바라는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마운드 걱정은 LG도 마찬가지다. 에이스노릇을 했던 외국인 투수 리즈의 부상 이탈로 고민에 빠졌다. 반면 지난해 최하위를 차지했던 한화는 FA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하고,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꼴찌 탈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의 '경쟁을 통한 상생'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송일수 두산 감독은 올 시즌 NC를 가장 유력한 4강 후보로 꼽았다. 이혜천과 이종욱, 손시헌, 박명환 등 베테랑들의 영입으로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는 점과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지난해 시즌 말에 무서운 기세로 다른 팀들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NC의 상승세를 주목할 만하다.
에이스 윤석민(볼티모어)을 잃은 KIA와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한화)를 잡지 못한 SK도 순위도 쉽사리 점칠 수가 없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이쯤되면 지난 1996시즌이 생각난다. 당시 시즌을 앞두고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리그 우승 팀과 꼴찌 팀을 지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럴만 한 것이 만년 꼴찌를 일삼았던 쌍방울이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했고, 전년도 7위 태평양도 현대로 팀이 바뀐 후 김재박 감독을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특히 현대는 박재홍(현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을 영입하면서 화력 강화에도 힘을 썼다.
전년도 1~3위 팀인 OB(두산의 전신)와 롯데, LG는 무난하게 4강에 갈 것이라는 점에서 꼴찌 후보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우승팀으로 분리되진 않았다.
해태는 에이스 선동열(현 KIA 감독)의 일본 진출과 김성한(현 한화 코치)의 은퇴로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 뚜껑을 열고 보니 순위 싸움에서 열세라고 봤던 해태가 분위기를 딛고 그 해 우승팀이 됐다. 반면, 무난히 4강에 진출 할 것으로 보였던 OB는 꼴찌의 오명을 썼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남들이 모두 인정할 만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 시즌은 이전과 다른 순위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