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는 상대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스운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일본 투수들의 투구 폼은 이전부터 이상하리만큼 변화무쌍한 동작들이 많았다. 일본 투수들의 이중 동작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 2006년까지 투수들의 독특한 이중 동작들이 많았다. 2012년 한·일 레전드 매치에 63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무라타 쵸지(65)는 독특한 폼으로 1990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다. 일본에서 뛰다 9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노모 히데오(46)도 투구 동작은 '토네이도'라 불렸다.
2006년 WBC가 개최되면서 일본 투수들의 괴상한 투구 동작들은 서서히 없어졌다. WBC에서 일본 투수들의 투구폼에 대한 이야기와 지적이 많았는데, 실제 보크는 몇 차례 되지 않았다. 지바 롯데에서 뛰던 시미즈가 마운드 위에서 침을 묻히고 닦지 않아서, 또 한 번은 로진을 손에 많이 묻히고 입으로 후후 불다가 보크가 됐다.(KBO는 올해부터 투수가 로진을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팔, 모자에 묻히면 경고를 주기로 했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오승환(32·한신)이 스프링 캠프에서 던지는 동작을 보고 일본 야구가 '이상한 것 아닌가'라며 심판들도 회의를 했다. 오승환의 투구폼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한 이중 동작이 아니다. 자신만의 피칭 리듬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의 마무리로 활약한 롭 넨이 있었다. 시속 100마일(160km)의 강속구로 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넨의 투구폼이 오승환과 비슷하다. 롭 넨은 중심이동이 너무 빨라서 상체를 세우고 나가다 디딤발인 왼발로 마운드 흙을 끌고 나가는 듯한 동작이었다.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오승환도 지금의 투구 폼으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고, 체중을 모두 실어 던지는 거다. 그런데 넨이 메이저리그에서 투구 폼이 이상하다고 보크를 지적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신의 마무리도 뛰다가 지난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도 공을 던질 때 이중 동작을 하는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 후지카와의 투구 동작에 대해 보크 같은 지적은 없었다.
일본 야구는 자신들만의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2011년 메이저리그를 떠나 일본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은퇴)가 시범경기에서 보크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일본 심판은 세트 포지션에서 멈추지 않고 그냥 던졌다고 지적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문제 없이 던진 방식으로 했는데도, 일본 야구는 그것을 지적했던 것이다. 박찬호처럼 미국에서 아무 문제 없이 던졌던 외국인 투수들이 일본에 가서는 간혹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 야구는 이방인들의 투구폼에 괜한 트집을 잡기도 한다.
오승환의 투구폼을 두고 일본프로야구 심판위원회가 아무 이상이 없다고 결론냈다고 한다. 정규시즌에 앞서 결론이 나와 오승환이나 한신 구단이나 부담 없이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사실은 왈가왈부할 문제 자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