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 안에는 유인나(32)가 있다. 데뷔작인 '거침없이 하이킥' 을 비롯해 '시크릿가든' '최고의 사랑'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 작품마다 유인나의 비중이 컸던건 아니다. 하지만, 크든 작든 배역에 충실하며 작품의 재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멋들어지게 해냈다. 유인나 본인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잘 할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 것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방송계에서 유인나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이 나니 '길운을 달고 다니는 연기자'라는 말도 듣는다. 최근 종영된 SBS '별에서 온 그대' 역시 유인나의 '대박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유인나는 전지현의 연적 유세미를 연기하며 드라마의 성공에 힘을 보탰다. 최근 유인나는 온 스타일 '겟잇뷰티 2014'의 MC를 맡아 활동영역을 넓혔다. 4년째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의 DJ로 활동하며 쌓은 진행력을 TV에서 보여주며 '멀티 연예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인나와의 취중토크는 홍대 인근에 위치한 실내포차에서 이뤄졌다. 이전에도 여러차례 만난적이 있었지만 술자리를 가진건 처음. 딱딱한 인터뷰 테이블을 벗어나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유인나의 원래 성격이 드러났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싸늘한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유인나와의 취중토크를 공개한다.
▶'별그대' 전지현 질투했냐고? 오히려 친해졌어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잘 못 마셔요. 맥주 한 잔 앞에 두고 술자리 끝날때까지 버티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맥'은 두 잔까지 마셔요. 약간의 보드카에 달콤한 쥬스를 섞은 칵테일을 홀짝이는 것도 좋아해요. 평소에도 밝고 방방 뜨는 편인데 술 먹으면 그게 더 심해져요. 옆 사람들이 좀 곤란해질 정도로 명랑해졌다가 잠들어버려요. 그 정도로 흥에 겨운 자리가 있을 경우엔 보통 챙겨주는 친구들이 있어 걱정은 없어요."
-'별그대'에선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실제 성격과 달라 힘들었겠어요.
"맞아요. 제 모습과 정반대예요. 성격이라든가 표정, 사고방식 등 어느 하나라도 같은 구석이 없어요. 원래 제가 어떤 곳에 가더라도 제일 밝고 명랑한 인물로 꼽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세미를 연기하느라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항상 어두운 표정에 말도 조곤조곤하잖아요. 그 분위기를 유지하다보니 실제로도 괜히 우울해지더군요. 캐릭터의 감정과 실제 제 감정을 분리할줄도 알아야하는데 아직 스킬이 부족한가봐요."
-유세미는 10여년간 한 사람만 바라보잖아요. 짝사랑에 빠져봤던 기억은 없나요.
"전 그렇게는 절대 못 할것 같아요.(웃음) 학창시절에 한 명을 찍어두고 1년 정도 짝사랑을 했던 기억은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아해서 그런게 아닌것 같아요. 사춘기때 여학생들이 으례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 좋아하면서 감성에 빠져들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친구들이 다들 짝사랑을 하고 있길래 따라갔던거죠. 짝사랑을 위한 짝사랑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극중 캐릭터가 전지현씨가 연기한 천송이를 질투하고 시샘하는 인물이예요. 방송이 나가는 동안 전지현씨에게 포커스가 집중돼 좀 아쉬웠을것 같아요.
"에이, 그런 생각 안해봤어요. 일단 상대가 전지현이잖아요.(웃음) 전지현씨랑은 극중 설정과 달리 실제로는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됐어요. 촬영장에서 과자도 나눠먹고 즐겁게 지냈어요. 조만간 맛있는것 먹으러 같이 가기로 했어요.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지현이란 배우가 왜 사랑받는지 정확히 알수 있었어요. 눈물연기부터 코믹, 액션까지 못하는게 없더라고요."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도 빅히트를 쳤는데 유인나씨는 중국 활동계획 없나요.
"제안이 들어오긴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건 없어요. 어제도 중국 팬들이 라디오 부스 앞에 찾아오셨어요. '별에서 온 그대' 뿐 아니라 '시크릿가든'에 '하이킥'까지 보셨다고 하더군요. 정말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신기했어요. 바깥에서 저를 볼수 있게 만들어둔 공간이라 팬들이 자주 오시는 편이예요. 그만큼 제가 팬들과의 소통이 쉬운 연예인이기도 하죠.(웃음) 제가 라디오를 마칠때까지 서 계신 팬들을 보고 고마워서 아이스크림을 쏜 적도 있어요."
▶'잘 할수 있는 역할'이 우선순위, 원톱 주연 욕심 없어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의 DJ를 벌써 2년째 하고 있어요. 매일 저녁 생방송을 한다는게 쉽지 않을텐데요.
"포기해야할게 참 많아요. 저녁 약속을 잡기도 참 애매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힘들어요. 간혹 휴가를 즐기고 싶을때는 녹음을 한다거나 스페셜 DJ로 누군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스페셜 DJ를 제 자리에 앉혀놓고 나면 휴가지에 가서도 그렇게 불안해요. 그 분이 너무 잘해서 자리를 뺏길지도 모르잖아요.(웃음)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있지만 라디오는 특히나 편하고 정이 많이 가는게 사실이예요. 라디오 DJ석에 앉아 속내를 털어놓다 울어본적도 있고 방송사고 수준으로 웃어본적도 있어요. 앞으로도 라디오 진행은 오랫동안 해보고 싶어요."
-라디오를 넘어 '겟 잇 뷰티'로 TV에서도 진행자가 됐어요. MC이자 동시에 '뷰티멘토'로 활약중이시잖아요. 본인이 '뷰티멘토'로서 어떤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하시나요.
"메이크업이나 평소 몸매 관리 등에 신경은 참 많이 쓰는 편이예요. '뷰티멘토'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 신경을 쓰려고 노력중이죠. 어렸을때부터 꾸미는걸 좋아해 화장품이나 옷에 관심이 많았죠. 대학생이 된 후에는 화장품 매장을 돌면서 테스트 제품을 써보고 동대문 시장에도 자주 갔어요. 지금은 자주 가기 힘들어졌지만 그 때는 동대문 새벽시장의 분위기를 참 좋아했었죠. 온갖 종류의 옷과 액세서리가 그 곳에 다 모여있잖아요."
-매번 출연작이 '대박'을 터트리네요.
"제가 생각해도 신기해요. 처음엔 그냥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엔 '내가 작품 고르는 눈이 있는건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웃음) 일단 작품을 고를때는 모든걸 떠나 '내가 잘 할수 있는 캐릭터'를 우선으로 고려해요. 그리고 시청자의 눈으로 가볍게 봤을때 '관심이 가는 작품인가'를 생각하죠. 모든걸 떠나 언젠가 한번은 추락할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해요. 안 풀리는 작품도 분명히 있을텐데, '유인나가 나오는 작품은 잘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여주인공을 받쳐주는 '주연급 조연'을 자주 연기했어요. '인현왕후의 남자'처럼 전면에 부각되는 주연으로 나서고 싶은 욕심도 있을텐데요.
"전 그런 욕심은 없는 편이예요. 분량 상관없이 그냥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시크릿가든'의 하지원 언니 친구 역할을 다시 하라고 하면 군말없이 다시 할거예요. 그러다보면 더 좋은 기회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YG 소속 연예인들끼리는 자주 만날 기회가 있나요.
"서로 스케줄이 많다보니 모임을 갖기가 쉽진 않죠. 저 역시 빅뱅과 2NE1을 팬으로서 좋아해요. 요즘도 2NE1 CD를 차에서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회사 식당에서 멤버들을 만나면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원래 YG가 가수 위주의 회사였는데 요즘 연기자 수가 많아져 든든해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데도 산다라박이랑은 유독 친한 사이가 됐죠. 다들 산다라를 '엉뚱소녀'로만 아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어요. 다만 예능 욕심이 좀 많을 뿐이예요."
-양현석 대표와는 얼마나 자주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하네요.
"만나서 얘기할 기회는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종종 한번씩 전화를 주시긴 해요. '요새 뭐하니'라며 말을 걸죠. 드라마 찍고 있는거 뻔히 알면서 말이죠.(웃음) 활동 열심히 잘 하라며 조언을 해주시고 힘을 불어넣어주시곤 해요."
▶잦은 루머, 연예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일
-항상 베스트 프렌드로 아이유를 꼽더라고요.
"정말로 친한 사이예요.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에서 처음 만나 친해졌고 '최고다 이순신'도 함께 했죠. 9살이 어린데도 세대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오히려 저보다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친구예요. 평소 제가 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하면 항상 찾아와 위로해주고 선물을 주곤 해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불쑥 찾아와 응원해주기도 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매니저에게 선물을 맡겨두고 가기도 해요. 같이 쇼핑하다가 제가 눈여겨봤던 물건을 선물해준 적도 있어요. 제 언니가 임신했을때 조카가 생긴다고 기뻐했더니 아기용품을 선물로 보내주더군요. 그러고보니 받기만 한 것 같네요.(웃음)"
-루머에 자주 휩싸여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연예인으로 살면서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처음엔 '진짜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별 거 아니다'라고 편한 마음을 먹게 되더군요. 그리고 제가 특별히 루머 때문에 피해가 큰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저보다 더 크게 피해를 본 분들이 많잖아요. 종종 증권가 정보지 등에 올라온 내용들을 접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해당 연예인들이 얼마나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안타깝더군요. 저 역시 루머가 불거질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먼저 나서서 해명하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또 가만 있자니 억울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더군요."
-개그맨 장동민씨와의 열애 관련 루머가 불거졌을때 라디오를 진행하다가 울기도 했잖아요.
"울 생각이 없었고 나름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었는데, 진행하던중 청취자들의 격려 문자가 쏟아지니 참았던 울음이 터져나오더군요. 잘 참고 있다가 옆에서 다독거려주면 눈물이 나는 것과 같은거죠."
-집에서 쉴때 즐기는 취미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취미까지는 아니고 그냥 옛 영화들을 다시 보곤 해요. 최근에도 '레옹' '오만과 편견' '피라냐'를 다시 봤어요. 그리고 혼자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시도 써보곤 해요. 아, 절대 세상에 나올 일이 없는 글이니깐 어떤 기대도 하시면 안 됩니다.(웃음)"
-책 읽고 글 쓰는걸 좋아하는군요. 아이유씨 노래 가사라도 적어보면 좋을텐데요.
"저 혼자 감성에 젖어 끄적이다가 나중에 보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책은 많이 읽는다기보다 모으는걸 좋아해요.(웃음) 언니가 '책 좀 그만 사모아'라는 말을 할 정도예요. 그래도 책을 사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가지고있으면 자연스레 읽을 기회도 많아지는게 사실이고요. 최근엔 '낙하하는 저녁' '모멘트' 등을 재미있게 읽었죠."
-운동은 잘 하는 편인가요.
"학창시절엔 100m를 15초에 달렸어요. 체력장은 항상 최고 등급을 받았죠. 그런데 공놀이만 하면 우스꽝스러워져요. 가수데뷔를 준비하던 어린 시절에도 안무를 잘 못 외워 고생했어요. 육상 종목만 잘하고 다른 운동신경은 둔한 편인가봐요."
-학창시절 얘기가 나왔으니, 그 시절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아주 어렸을땐 말 많고 시끄러운 꼬마였어요. 노래자랑에 나가 상을 받고 온 적도 있어요. 애교도 많았고요. 10대 시절엔 일찌감치 뭔가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았죠. 17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으니까요. 그때는 정말이지 바로 데뷔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소속사가 네 번이 바뀌었고, 결국 20대 후반에 연기자로 얼굴을 알리게 됐어요. 원래 잘 안 다니는데 당시에 답답해서 점을 보러 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점괘에 '20대 후반에 원하는걸 이룰수 있다'고 나왔어요. 그게 맞아떨어진거죠. 10년 넘게 준비해 빛을 봤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