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막차’ 탔던 레이크사이드…3500억에 새주인 맞아



한국골프대중화의 메카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이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됐다.

삼성물산(대표이사 최치훈)이 삼성에버랜드와 공동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총 54홀 규모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의 인수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14일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운영 중인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지분 100%를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비율은 8대 2다.

레이크사이드는 재일동포 고(故) 윤익성씨가 투자해 1990년 36홀 규모로 개장한 골프장이다. 1997년 회원제 서코스인 18홀을 추가 개장해 54홀로 운영되는 메머드급 코스다. 총부지 면적은 127만평이다. 퍼블릭 골프장의 대명사로 수도권 골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57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다.

삼성물산은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인수를 계기로 향후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 시설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해 해외 레저시설 프로젝트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이번 인수로 레이크사이드 골프장과 인접한 용인 에버랜드와 퍼블릭 골프장 글렌로스 골프클럽 등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골프장 경영 전문업체인 GMI컨설팅그룹의 안용태 회장은 "이 골프장은 창업주가 사망하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다"며 "삼성물산과 에버랜드가 인수한 만큼 골프장의 관리 운영이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안 회장은 또 "에버랜드와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토지활용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골프장의 주변 유휴용지는 약 7만8650평(약 26만㎡) 규모다. 때문에 이 유휴용지와 기존의 에버랜드를 연결하면 매머드급 '테마파크' 등을 탄생시킬 수 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은 그동안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인 안양골프장(18홀)과 가평베네스트(27홀), 안성베네스트(36홀), 동래베네스트(18홀), 그리고 글렌로스 골프클럽(9홀) 등 총 5개 골프장 108홀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54홀 규모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인수함으로써 총 6개 골프장 162홀을 소유하게 됐다.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은?

이 골프장은 한때 매각 가치가 1조원을 웃돌던 코스다.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은 제5공화국 말기로 청와대 내인가 시절인 1987년 12월에 받았다. 당시는 골프장을 승인받기 위해 반드시 청와대의 승인 필요했다. 그때는 골프장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됐다. 한마디로 노다지 사업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승인을 받으려는 사업자가 청와대 입구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줄을 섰다는 말이 난무했다.

공교롭게도 고 윤익성 회장은 5공화국 골프장 승인의 막차를 탔는데 '회원제 골프장 승인 불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전까지 무려 50여개에 육박하는 회원제 골프장이 이미 승인된 터였다. 정권 말기의 집권층도 큰 부담이 됐다. 줄줄이 회원제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나온 카드가 '대중골프장(퍼블릭코스)'이었다. 회원제 골프장은 불가하지만 '일반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퍼블릭 골프장을 건설한다면 검토하겠다는 뜻이 서로 교감됐다. 이렇게 해서 국내 최대 규모의 36홀 퍼블릭 골프장의 사업계획승인이 청와대 심의를 통과했다.

그래도 윤 회장은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인지 1989년 12월 기필코 회원제 18홀을 추가로 승인받았다. 대중골프장으로 승인받은 36홀은 1988년 2월에 착공해 1990년 7월에 등록 개장했다. 회원제 18홀은 1997년 9월에야 오픈했다. 결국 창업자 윤회장은 이 골프장의 개장식을 보지 못했다.

그보다 1년 앞선 1996년 세상을 떴다. 창업주의 사망은 곧바로 형제 자매들간의 본격적인 경영권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법정싸움으로까지 갔다. 2002년 법원은 강제조정을 했다. 윤맹철(차남) 36.5%, 김어고(고 윤익성 회장의 일본인 처) 20%, 윤광자(장녀) 14.5%, 윤대일(3남) 14.5%, 석진순(장남 고 윤맹진의 처) 및 윤용훈(손자) 14.5%로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의 지분이 조정됐다.

당시 경영권을 쥐고 있었던 차남 윤맹철씨는 우여곡절 끝에 3남 윤대일씨에게 자리를 내줬고, 이후에는 윤대일 대표와 형수 석진순씨 등의 경영권 분쟁으로 다시 법적 소송으로 치달았다. 그러다가 2007년 우리투자증권 사모펀드(마르스 2호)가 개입됐다. 장기간의 경영권 분쟁과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우리투자증권이 매각 주관사를 맡고 최소입찰가격 3600억원을 책정한 뒤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관심을 보인 업체가 없어서 무산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최소입찰가격을 3000억원으로 낮춰 재매각을 추진했고 이번에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 것이다.


최창호 기자 ch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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