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kt의 이숭용(43) 타격코치는 2011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2년 동안 야구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현역 시절 성적과 인지도를 감안하면 곧바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는 그라운드를 박차고 나갔다. 지난 주말 kt가 훈련하고 있는 수원 성균관대학교에서 이 코치를 만났다. 그는 "지난 2년간 반응을 보니 방송 체질은 아닌 것 같다"며 멋쩍게 웃은 뒤 "밖에서 지켜보니 기존에 갖고 있던 기준들과 큰 차이가 있더라. 생각이 많아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kt 코치로 합류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생활이 달라진 점이 있나.
"합류하자마자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떠났다. 대만을 거쳐 한국에 돌아오니 해가 바뀌었더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 힘들었다. 1군은 야간 경기가 많다 보니 방송 중계를 할 때는 밤에 활동하는 생활을 했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자마자 아침 6시 기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이 되더라."
-은퇴 후 첫 선택은 해설위원이었다. 계기가 있었나.
"해설도 지도자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2년 동안 야구해설을 하면서 9개 구단의 경기 대부분을 봤다. 선수 시절에는 우리 팀 경기밖에 볼 수 없었다. 해설위원을 하면서 감독,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것도 큰 도움이 됐다.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건 분명 차이가 있더라.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기준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각 구단 선수들의 특징이나 장단점을 파악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2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가 지금 코치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해설위원과 코치 중 어느 쪽이 더 힘든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kt 코치가 되고 나서 기사 나온 것을 봤는데, '방송은 아니올시다'라는 반응이 많더라.(웃음) 내가 방송을 잘 못했나. 체질이 아닌 것 같다. 해설은 코치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지만, 정보 수집을 위해 방송이 없는 날에도 경기장에 꾸준히 나갔다. 코치는 정말 보람되지만 할 일이 많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적응이 됐다. 신생팀이다 보니 세세하게 챙겨야할 부분이 많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코치가 될 때 스스로 약속한 것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자'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세세하게 짚어줘야 한다. 가끔 혼내야 할 때는 매섭게 하기도 한다.(웃음) 코치는 개인 상담사 역할도 해야 한다. 선수들과 일대일 상담을 했는데, 깜짝 놀랄 만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 선수가 여럿 된다. 그런 선수들은 절실함을 갖고 있다. 내가 기술적이 부분을 완성시켜줘야 한다."
-눈에 띄게 성장을 한 선수가 있는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성장을 했다. 4개월의 전지훈련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출나게 성장을 한 선수가 있다고 해도 이름을 밝히긴 어렵다. 실명을 공개하면 부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린 선수라 성장은 당연한 거라고 본다. 프로 생활을 하고 온 선수들은 성장보다는 문제점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신명철(전 삼성)이 합류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물론이다. 신명철은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검증된 선수가 아닌가. 신명철이 후배들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 입장에서 신명철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신)명철이가 얘기하는 것에 집중하더라. 거기에 조중근도 가세해 신명철을 돕고 있다."
-코치 이숭용은 어떤 모습이 될 것 같나.
"지도자는 선수들의 뒤에서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한다. 앞에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 말이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선수들로 하여금 '왜' 라는 질문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그래야 선수와 지도자 모두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연구하는 코치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