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잠 프로젝트. 팀이름부터 뭔가 아리송하다. 홍대 인디 밴드 이름같기도 하고, 꽃배달 서비스 업체명 같기도 하다.
그룹 리더 거정의 설명에 따르면 꽃잠에는 '딥슬립(깊은 잠), 허니문' 등의 의미가 담겼다. 그만큼, 고요하고 편안하며 '해피 무드'가 솟는 느낌이다. 요즘 느낌으로는 '꿀잠' 정도가 될거다.
이름만 놓고 보면 아리송하지만 음악을 듣고 떠올리면 꽤나 잘 지은 이름이다. 꽃잠 프로젝트 거정과 신예 김이지의 음악은 그만큼 따듯하면서도 부드럽다. 거정의 어쿠스틱 선율 속에 김이지의 감미로운 보컬이 더해지면 자연스레 릴렉스가 된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 커피숍에서 들으면 노래의 분위기를 100% 만끽할 수 있다. 춘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드라이브하면서 들어도 좋을 거 같다. 최근 미니 1집 ‘스마일, 범프’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뜨거울 나이’로 활동 중인 꽃잠 프로젝트를 만났다. 노래만큼이나 따듯하고 달콤한 이야기들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왜 팀 이름이 꽃잠 프로젝트인가.
(거정) "특별한 이유는 없다. 딥슬립의 의미가 있고, 두 번째는 신랑 신부의 첫날밤이다. 우리말이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같은 회사의 안녕바다 나무가 추천했는데 느낌이 왔다. 우리가 하는 장르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이름에도 프로젝트가 들어간다. 프로젝트 그룹인가.
"맞다. 근데 단발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쉬어갈 수는 있지만 지금 멤버로 음악을 계속하게 될 거다. 이 팀의 정체성은 나와 김이지의 음악이다. 어떤 식의 표현들이 더해지든 김이지가 메인 보컬인 데는 변화가 없을 거다."
-언제부터 두 사람이 음악을 함께했나.
(김이지) "지난해 처음 회사와 계약을 하려는 단계에서 거정 오빠가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했다. 그 때 나를 만났고 대표님도 둘의 조합에 만족했다."
-첫 느낌은 어땠나.
(김이지) "첫 인상은 유럽인 같았다.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작업을 하니까 정 반대더라. 음악적인 부분은 잘 맞았다. 오빠가 구상한 음악들이 내가 즐겨듣고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다."
(거정) "나와는 나이차이가 꽤 있다. 작업을 할 때는 공감이 필요한데 처음엔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작업을 하다보니, 목소리의 느낌에 끌렸다. 발전 가능성이 있더라. 음악을 해온 집안이라 윗세대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는 작업하기 수월했다."
-김이지는 음악인 집안에서 자랐다고.
(김이지) "부모님이 두 분 모두 음악을 해서 나도 자연스럽게 음악이 좋았다. 아버지는 기타 세션을 했고, 어머니는 재즈 공부를 했다. 중학교 1학년에 엄마를 따라 중국에 갔고, 고등학교 때 한국에 와서 지금의 플럭서스에 들어왔다.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빠는 앨범을 준비했는데 그 앨범 엔지니어가 지금의 회사 대표님이었다. 엄마가 그러는데 내가 나중에 음악을 하게 되면 플럭서스와 계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더라."
-거정은 이바디 리더 임거정으로 유명하다.
(거정) "21살 때 기타리스트 이현석 씨가 드러머를 구해서 팀에 들어간 게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된 계기다. 그 때부터 세션을 시작했다. 이승환·신승훈·김종서·이승철·윤상 등 31살까지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세션으로 활동했다. 근데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식지 않았다. 세션을 하면서 짭짤하게 돈을 벌었지만 31살 때 '이건 아닌데, 다시 시작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다 접고 완전히 새롭게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플럭서스에 들어온 뒤 이바디 호란을 만나서 작가로 시작하게 됐다."
-두 사람의 작업 과정은 어땠나.
(거정) "이지도 작사·작곡을 다 할 수 있다. 근데 한국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 이지가 바로 앨범 작업을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직 신인이었고 더 다듬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체적인 앨범 구상은 내가 했다. 곡을 쓸 때 작사·작곡·편곡이 같이 가는 방식을 택했다. 보컬에게 잘 맞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문제는 이지가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내, 발음부터 감성까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스스로 많이 노력했고 이젠 자연스럽게 됐다."
-보컬리스트로서 김이지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거정) "이제 20살인데, 그 나이 때 감성과 예전 음악들에 대한 공감을 모두 갖고 있다. 올드한 음악부터 트렌드까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사소통이 편했다. 그런지한 표현, 큐티, 섹시, 고독 등의 표현이 모두 능하다. 습득력이 빠르더라."
-프로듀서로서 거정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이지) "프로듀싱을 받아본 적도 없고 녹음한 경험도 없어서 힘들었다. 근데 정확하고 쉽게 녹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녹음하기 편했다."
(거정) "이지와 작업을 하면서 거울을 본거 같다.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있다가, 거울을 봤고, 내 모습을 알게되니 더 꾸미고 싶기도 하고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거다. 다음에 정규 앨범을 준비할 때는 더 폭넓은 장르를 해보고 싶다."
-타이틀곡 '뜨거울 나이' 소개를 부탁한다.
(거정) "이지를 위한 노래다. 이지한테 가깝게 접근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도 심플하다. 처음엔 '스마일, 범프'를 타이틀로 녹음했는데, 결국엔 '뜨거울 나이'가 보컬에 가장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와 바꿨다."
-보컬 목소리가 굉장히 예쁘다.
(거정) "예쁘다. 영어로 부를 때는 느낌이 또 다르다. 언어, 문화적인 차이점만 잘 극복된다면, 당연히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기대하는 부분이 더 크다.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들이 더해지면 스킬적인 부분, 음악적인 감성들 역시 발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