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피플을 만나다⑥] 암벽등반가 손정준



전북 고창 선운산은 전국의 암벽 고수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주말이 되면 선운사 도솔암 너머 속살바위, 투구바위에는 수십 명의 암벽 등반가들이 매달려 악전고투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수들의 등급 ‘5.12’ ‘5.13’ ‘5.14’급 루트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등반가들이 넘쳐난다. 현재까지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암벽의 등급은 ‘5.15’가 최고다. 지난 16일, 선운산 속살바위에서 손정준씨를 만났다.

“선운산은 우리나라 암벽 등반가에게 성지나 마친가지입니다. 바위에 매달려 자신을 실력을 시험하는 곳이지요. 저도 20년 전에 여기에 처음 왔습니다. 외국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바위들이 널려 있어요. 여기서 등반 능력을 갈고 닦아 미국의 요세미티, 히말라야의 거벽을 꿈꾸는 거죠.”

그는 젊은 시절 각종 등반대회를 휩쓴 ‘등반 천재’였다. 지난 1996년에는 아시안컵 우승으로 아시아를 제패했다. 이후 암벽 등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으로 갔다. 프랑스의 암장을 순례하듯 등반하는 동시에 각종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 나가 유럽 등반가들에게 실력을 겨뤘다. 지난 2000년에는 설악산 적벽을 국내 최초로 자유등반으로 올랐다. 고도의 집중력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다.

“젊었을 때는 그런 시도를 많이 했지요. 위험하지만 그래서 도전하고 싶어지는 게 자유등반입니다.”

암벽을 타기 시작한 지 30년, 그는 다시 고창 선운산으로 내려왔다. 위험한 루트에 도전하기보다는 이제 후배들과 초보자 교육에 집중하며 암벽 등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또 군 특수부대, 119특별구조대의 산악 훈련 등을 코치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거르지 않고 와요. 연중 서울에서 고창까지 기름값만 해도 수백만원이 듭니다. 그래도 안 올 수가 없어요. 여기에 오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지금은 제가 운영하는 암장의 후배, 수강생들과 함께 등반을 하지요.”

그는 현재 서울 옥수동에 손정준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클라이밍 연구실이자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울 수 있는 실내암장이 있다. 클라이밍 선수보다는 건강 삼아 운동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산에서 등반 파트너로 만나 결혼한 윤경임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암벽 등반이 왜 좋냐면요. 이걸로 만드는 몸은 헬스클럽에서 만드는 식스팩하고는 전혀 달라요. 제가 옷 입고 있으면 이렇게 빼빼해 보이지만, 옷 벗으면 이소룡 몸입니다. 그리고 집중력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암벽 등반은 멘털(Mental) 스포츠입니다. 벽 아래에 서는 순간 루트의 성패가 판가름납니다. 제 생각이 아닙니다. 암벽 등반과 관련된 해외의 논문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박사 1호’다. 지난해 8월,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에서 ‘중년남성 스포츠클라이밍동호인의 건강 관련 변인 비교 분석’ 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선생님으로서 암벽 등반 도중 수강생들에게 가르치는 기술도 남다르다. 단순히 테크닉을 가르치지 않고, 근육을 쓰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손정준 소장이 자연 벽에서 진행하는 암벽등반교실은 2주(매주 주말) 과정의 기초반부터 설악산 과정(3주), 4개월 심화반, 1년 과정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사진=중앙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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