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언제나 완벽한 지도자를 꿈꾼다. 정치·경제·외교·복지·문화 등 모든 분야를 멋들어지게 해결하는 모습을 꿈꾼다. 여기에 악기 하나 정도 다룰 줄도 알아야 하고, 엘리트면서도 일반인들의 삶까지 이해하길 바란다.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바람이지만, 어떤 배우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환상 속의 지도자'를 구현해내며 민심을 대리 충족시켜준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드라마 등에서 개성 강한 대통령 캐릭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야왕'(정호빈)이나 현재 방영중인 '쓰리데이즈'(손현주) '신의 선물'(강신일) 등에서는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녔거나 선악으로 나누기 힘든 행보를 보이는 대통령들이 활약중이다. 사형제에 대한 입장이나 국가내란죄 혐의 등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좌절하기도 한다. 단순히 '좋은 대통령'을 넘어 정치 세계의 다양한 면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드라마 속에서 '최고의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는 누구일까. 리서치 전문 사이트 소비자 리서치패널 틸리언(www.tillionpanel.com)을 통해 1만 218명의 네티즌이 설문에 참여했다. 본문에는 7위까지만 소개한다. 8위 SBS '신의 선물'의 강신일(김남준)이 527명(5.2%), 9위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09)의 고두심(한경자)이 413명(4.0%), 10위 SBS '야왕'(13)의 정호빈(석태일)이 278명(2.7%)의 지지를 받았다.
▶1위 안성기 2492명 (24.4%)
작품: 영화 '피아노치는 대통령'(02) '한반도'(06)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통해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원하는 능력을 모두 보여줬다. 한 나라의 지도자답지 않은 소탈한 모습과, 외세에 당당하게 맞서는 강인한 모습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피아노치는 대통령'에서는 솔직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성격에 피아노까지 멋들어지게 연주할 줄 아는 대통령 민욱 역을 맡았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문제아'라 불리는 딸을 둔 한 명의 학부모로,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는 딸의 담임인 최지우(은수)와 잠행데이트까지 즐기는 낭만적인 캐릭터. 반면 '한반도'에서는 남북통일을 꿈꾸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등장해 방해 공작을 꾸미는 일본 정부와 치열하게 대립한다. 일본의 경제 제제를 이유로 통일의 상징인 경의선 개통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국가는 회사가 아닙니다"라는 명언으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2위 손현주 1720명(16.8%)
작품: SBS '쓰리데이즈'(14)
'쓰리데이즈' 속 대통령 이동휘는 특정인을 떠올리기 힘든 캐릭터. 손현주가 아니었다면 소화하기 힘든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재래시장 방문으로 민심잡기에 나서거나 특검과 탄핵에 휘말리는 등의 모습에서 몇몇 대통령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군수업체의 컨설턴트로서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재벌-정치인-군 고위층 등과 결탁해 북한의 동해안 '잠수함 도발'을 기획하는 장면은 현실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전례가 없었다는 평이다. 특히 약속과는 달리 '잠수함 도발'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자 권력자들에 맞서 '국민을 위한 정치인'으로 각성하는 설정은 신선했다. 손현주는 앞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이동휘라는 인물과 닮은 대통령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3위 최수종 1253명(12.3%)
작품: KBS '프레지던트'(10)
사극 속 '왕 전문 배우'로 불리지만, 현대극에서 정장을 입고 연기한 대통령도 매력적이었다. '프레지던트'에서 연기한 장일준은 선악구도로 딱 잘라 평가하기 힘든 인물. 과거 친형이 정치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 후, 직접 이 나라를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품고 정계에 입문하는 캐릭터다. 시민단체 운동으로 명성을 얻었으면서도 재벌가 여인과의 결혼을 통해 그 힘을 적절히 이용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극중 실제 부인인 하희라가 영부인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수종은 마지막회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개인적 고뇌와 치밀한 두뇌싸움 등을 보여주며 살아있는 정치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투표하십시오. 여러분 청년실업자들의 분노와 설움을 보여주십시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4위 이정길 (969명, 9.5%)
작품 : KBS '아이리스'(09), SBS '아테나 : 전쟁의 여신'(10) 등
북한 문제와 핵 문제에 대해 깊이 고뇌하는 대통령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이리스'에서 남북의 관계가 급변하는 혼란한 시기에 소신과 신념으로 국정을 운영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는 딸(이보영)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됐을 당시 국민을 이끄는 대통령과 가정을 지켜야하는 아버지 자리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정길은 '프라하의 연인' '꽃보다 남자' '추적자: THE CHASER' 등에서도 대통령을 맡아 '대통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어냈다.
▶5위 고현정 (888명, 8.7%)
작품: SBS '대물'(10)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아 남다른 카리스마를 사랑하던 고현정. '대물'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서혜림을 역을 맡아 미실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다 해고된 아나운서 서혜림은 보궐선거로 임기 1년의 국회의원이 된 후 남해 도지사를 거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방송 당시 "회초리를 들어주세요. 말 안듣는 정치인들에겐 사랑의 회초리를 때리셔야합니다" "정치인은 미워하되 정치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등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를 남겼다. 방송 전에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기도 했지만, 방영이 된 후 극적인 대통령 당선, 탄핵 위기 등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소재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6위 이순재 (866명, 8.5%)
작품: SBS '대물'(10)
고현정(서혜림)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전 대통령 백성민 역을 맡아 온화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아프가니스탄에 특파원으로 파견된 남편을 잃어 상심을 빠진 고현정을 직접 찾아가 남편의 유품을 직접 건네며 사과의 뜻을 전하는 현직 대통령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기기 충분했다. 또한 국민들의 바람을 전하는 고현정에게 "서혜림씨의 충고를 들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국민의 말을 귀담아듣는 서민 지향적인 대통령을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해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 고현정이 훌륭한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기도 했다.
▶7위 장동건 (812명, 7.9%)
작품: 영화 '굿모닝프레지던트'(09)
대표 미남 배우 장동건이 대한민국 최연소 싱글대통령 차지욱을 연기했다. 훤칠한 키에 조각같은 외모의 미남 대통령이면서 "서민정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거지, 시장 가서 떡볶이 먹는다고 뭐가 달라집니까?"고 외칠만큼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외모 못지 않게 훌륭하다. 국민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대통령이지만 강대국 정상들 앞에서는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다.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외국 정상들에게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굴욕의 역사는 가지고 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