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 중국의 고사성어로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하거나, 대의를 위해서라면 측근이라도 가차없이 제거하는 공정성과 과단성을 일컫는 말이다.
김응용(73) 한화 감독은 2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 조정을 했다. 이날 선발 투수 앨버스가 1군에 등록되면서 선수 1명을 빼야 했다. 불펜진이 약해 투수 12명을 꾸리기 위해 야수에서 1명을 골랐다. 내야수 이대수(32)였다.
이대수는 지난 겨울 FA 자격을 얻고 원소속팀인 한화와 4년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4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2억원의 조건이었다. FA 시장에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한화로선 비교적 좋은 대우를 해준 것이다. 이대수는 지난해 주전 3루수로 뛰었고, 그 이전에는 주로 유격수로 출장했다. 즉 3루수와 유격수 포지션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이대수였을까. 이날 엔트리에는 백업 내야수인 한상훈, 이학준이 남아 있었다. 이대수가 이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활용도와 김회성, 송광민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학준이는 대주자 요원이다. 한상훈은 2루와 유격수 급하면 3루까지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광민과 김회성이 오늘 잘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응용 감독은 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3루 김회성, 유격수 송광민을 주전으로 기용할 뜻을 보였다. 군에서 제대한 김회성은 경찰청에 있는 2년 동안 홈런왕(2012년 18개), 타율 3할(2013년)을 치며 거포의 재능을 내보였다. 김 감독은 김회성에게 신뢰를 보냈다. 송광민 역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중반 팀에 복귀, 곧장 주전 유격수로 키워왔다. 송광민 역시 펀치력이 있는 타자다.
개막전에 김회성이 주전 3루수로 나왔지만, 경기 중 이대수로 교체됐다. 2~3번째 경기에선 이대수가 선발 3루수로 나왔다. 이대수가 장타력에선 김회성, 송광민보다 떨어지지만 경험이 많고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대수를 2군으로 보냈다.
한화 관계자는 "이대수가 빠지면서 송광민과 김회성이 여유를 갖고 경기할 수 있다. 이대수는 이들의 포지션 경쟁자 아닌가. 이대수가 2군으로 가면서 이들은 당분간 붙박이로 나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주전 경쟁 중인 선수들은 조금 못하면 빠진다는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벤치에 언제라도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베테랑이 있다는 것은 무언의 압박을 느낀다. 김응용 감독은 송광민과 김회성을 주축 타자로 키우기 위해 이대수의 2군행을 선택한 것이다.
2일 송광민은 유격수, 김회성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0-3으로 뒤지던 6회 송광민의 동점 스리런 홈런, 김회성의 역전 솔로 홈런이 연속타자 홈런으로 터졌다. 공교롭게 경기 전 "오늘 잘 칠 것"이라는 한화 관계자의 바람이 실현됐다. 김응용 감독이 눈물을 머금고 이대수를 2군으로 내려보낸 효과라고 해도 억지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