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8년차 소녀시대는 그 흔한 열애'설'조차 없었던 팀이다. 간혹 증권가 정보지에 '누가 연애중이라더라'는 식으로 거론되긴 했지만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물론, 멤버들간의 불화설 역시 단 차례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도 견고하던 소녀시대가 올해에 접어들면서 흔들리고 있다. 정초부터 멤버들의 열애 사실이 공개된 게 벌써 네 번째다.
열애의 시작은 '센터' 윤아였다. 올해의 첫날인 1월 1일 이승기와 만난다는 사실이 공개돼 삼촌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틀뒤, 팬들의 마음이 진정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다른 멤버 수영이 정경호와 열애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1년여 전부터 불거진 열애설에 그동안 아니라고 하더니 결국은 '사실'이라고 말해버렸다. 정경호는 라디오와 방송에 나와 "일반인과 사귄다"고 말했지만 결국 모든게 '연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세 달이 지나 티파니가 2PM 닉쿤과 열애 중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게다가 효연은 '지인'과 장난을 치다 경찰서로 가는 사건에 휩싸였다. 결국엔 그 지인이 남자친구 김준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소속사 SM측이 "이미 결별한 사이"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제시카도 재미교포 사업가 타일러 권과의 열애설에 휘말렸지만 일단은 "아니다"라며 발을 뺀 상황이다. 소녀시대 아홉 명중 무려 다섯명이 상반기가 지나가기도 전에 열애 관련 뉴스에 올라 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8년 동안, 연애문제와 관련해서는 잠잠하던 소녀시대가 갑자기 아니 2014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단체로 봉인해제된 이유는 뭘까. 아님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것일까. 연애는 아이돌 그룹에게 몸매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야할 '자기 관리'의 하나로 꼽힌다. 물론 연애를 할 수는 있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손해라는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소녀시대 멤버들도 이 사실은 잘 알고 있었을 것. 특히나 아이돌의 팬덤은 연애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자칫 열애설 하나로 팀의 이미지까지 망칠수 있는게 사실이다. '소녀시대니까' '8년차 그룹이니까' 라는 말이 얼마나 통할지 그것도 알수 없는 일이다.
소녀시대는 가요계 걸그룹 돌풍의 중심에 서있는 팀이다. 수많은 걸그룹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걸작이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현재 그 위치가 점점 위태로워 보인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기세가 거침없다. 신곡 '미스터미스터' 활동을 두고도 이견이 있다. 수많은 트로피를 챙겨갔지만 노래가 제대로 히트했다고 보기는 불만족스럽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소녀시대는 해 놓은 성과보다 해 나가야할 일들이 더 많다.
개인 활동 역시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윤아는 가진 것에 비해 결과는 늘 마땅치 않았다. 연기력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2연속(사랑비, 총리와 나) 출연한 드라마 참패의 중심에 있었던 것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다른 멤버들 역시 뚜렷한 성과는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태티서 등 팀내 유닛활동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멤버 개인이 각자 연기나 예능 프로그램 활동으로 홈런을 날린 적은 없다. 8년간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소녀시대가 늘 불안했던 이유다. 하지만, 개별활동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등의 이유로 소녀시대의 미래를 암울하다고 볼순 없는 노릇. 멤버들이 아직 20대 초반인데다 일단 가수가 가져야하는 기본기를 착실히 갈고 닦은터라 향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멤버 중 이효리처럼 최고의 솔로가수로 성공하는 이가 나올수도 있다. 또는 유진처럼 배우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멤버가 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단, 지금 이 시점에서 소녀시대도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활동에 대한 명확한 노선을 정해야만 한다. 걸그룹의 수명이 '영원'할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할 때가 왔다.
말 그대로 걸그룹의 수명은 짧다. 소속사 선배인 1세대 걸그룹 SES는 1997년 데뷔해 2002년 해체했다. 지속기간은 6년이다. 핑클 역시 1998년 데뷔해 2002년에 '사실상' 해체됐다. 활동 기간은 불과 5년밖에 안된다. 같은 시기 데뷔한 원더걸스도 지난해 리더 선예가 결혼하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희는 연기자를 하겠다며 배우 전문 소속사로 넘어갔고 나머지 멤버들도 사실상 '원더걸스'라는 타이틀만 달고 있지 뭐하나 똑부러지게 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원더걸스에서 먼저 탈퇴한 현아(포미닛)·선미 등이 더 잘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짧은 수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체 이후의 삶'을 준비하든지, 아니면 '영원'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CNN은 소녀시대를 소개할때 '아시아의 스파이스 걸스'라는 수식어를 썼다. 스파이스 걸스는 1994년 결성돼 2001년 해체된 팀이다. 해체 후 멤버들은 솔로 앨범을 내거나, 배우로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는 등 개인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각자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멤버들은 2007년 다시 모여 6개 대륙을 순회하는 월드투어 공연을 가졌고,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깜짝 재결합해 전세계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한 팀으로 활동하는건 아니지만 수명이 길었던 팀 중 하나다.
열애설 좀 불거졌다고 소녀시대의 위기론을 말하는건 절대 아니다. 다만 한번도 구설에 휘말리지 않았던 팀이 갑작스런 '논란'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까 불안해서 꺼내놓은 말이다. 당연히 연애는 죄가 아니다. 멤버들이 20대 초중반의 숙녀들이란 사실을 알아야한다. 하지만 소녀시대를 둘러싼 이상기류가 계속된다면 팀도 흔들릴수밖에 없다. 소녀시대가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지금이 가장 신중해야할 시점이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세게' 힘줘서 말해본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랑을 내려놓던지, 아니면 인기를 포기하고 사랑을 찾던지'. 이런 선택도 필요한 시점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