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T 5년만에 대규모 명퇴 실시…전체 인원의 20% 수준 전망
KT 황창규 회장이 마침내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KT는 8일 노사합의에 따라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직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고비용 저효율의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KT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명예퇴직 대상이 되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은 모두 2만3000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70%를 차지한다. KT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명예퇴직 희망자를 접수받고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발령을 내기로 했다.
KT 안팎에서는 지난 2009년 명예퇴직 당시 6000여명이 퇴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수준으로 명예퇴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본사의 전체 인력은 3만2000명으로 6000명은 KT본사 임직원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명퇴인원 6000명 수준 전망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명예퇴직 황창규 회장이 취임 직후 본부조직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하고, 전체 임원 수를 기존 130여명에서 100명 내외로 줄이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계열사의 통폐합을 추진한 경영혁신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KT는 지난해 4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149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다, 경쟁사보다 인건비 지출이 1조5000억원 가량 많아 인력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번에 명퇴하는 직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받는다. 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 가산금을 받거나 KT M&S 등 그룹 계열사에서 2년 간 근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KT는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 개통, AS,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에 위탁할 예정이다.
한동훈 KT경영지원부문장은 “회사가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자녀 학자금 지원도 폐지
KT는 또 인건비 완화를 위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대학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하는 등 사원 복지제도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사원 복지기금은 회사 영업이익의 일부를 떼어내 출연했으나 영업적자 상황에서 이를 계속 지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명예퇴직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이석채 전임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직원들의 고통으로 돌리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KT 직원은 “회사를 망친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해 회사 측은 급여와 성과급,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30억을 지급했다”면서 “부실 경영의 책임을 왜 직원들이 가혹하게 져야 하는가, 자녀 학비보조 중단은 생계를 위협할 만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