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코올리나의 강력한 바람은 미셸 위(25·나이키골프)를 파워풀한 승자로 만들었다. 하와이 고향팬들 앞에서 통산 3승의 트로피를 역전승으로 들어올리게 했다. 미셸 위는 "내가 선두에서 그렇게 멀리 뒤져 있지 않다. 내가 마지막날 무엇을 해내는지 꼭 지켜봐 달라"고 전날 얘기했던 자신의 강한 의지를 그대로 실현시켰다. 그리고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도 완성했다.
2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미셸 위는 최종일 벅찬 상대를 만났다. 상대는 두 명(?)이었다. 자신보다 무려 4타나 앞서 있던 앤젤라 스탠포드(37·미국)와 코올리나에 불어닥친 초속 7m의 강한 바람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셸 위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를 기록, 오히려 이날 1타를 잃은 스탠포드(12언더파·버디 2개, 보기 3개)를 2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4타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완벽한 승리를 일궈냈다. 미셸 위는 이로써 2010년 8월 CN 캐나다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3년8개월(44개월)만에 LPGA 투어 통산 승수를 3승으로 늘렸다. 미셸 위의 역전승으로 한국(계) 선수들은 지난해 10월 LPGA 하나·외환은행 챔피언십 이후 6개월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시즌 첫승 물꼬를 텄다.
미셸 위는 첫 홀 버디로 상승세를 탔지만 통산 5승의 스탠포드는 3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14언더파로 달아났다. 미셸 위에게 기회가 왔다. 파5의 5번 홀에서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2온 버디를 한 뒤 6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좁혀지지 않던 4타 차의 간격은 스탠포드가 6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1타 차로, 8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해 12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미셸 위의 역전 발판은 파3의 12번 홀 버디로 시작됐다. 이후 13, 16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스탠포드의 추격을 따돌렸다.
미셸 위는 특히 스탠포드에게 5년 전의 패배를 되갚았다. 2009년 2월 하와이 터틀베이 골프장에서 열린 에스비에스 오픈에서 8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했다가 합계 7언더파로를 기록해 10언더파의 스탠포드에게 3타 차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4타를 뒤졌다가 뒤집었다. 스탠포드는 부모님의 결혼 40주년을 기념해 '우승트로피'를 선물로 안기려던 계획이 좌절됐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처음 하와이에 왔다"던 스탠포드의 꿈은 미셸 위의 연속된 강공으로 힘없이 무너졌다.
미셸 위는 마지막 홀에서 아쉽게 보기를 했지만 자신의 홈코스에서 15년 만에 다시 한번 '무당벌레의 전설'도 완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코올리나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 오른편에는 1.5m 높이의 소녀상이 있는데 '무당벌레의 전설(The Legend of the Ladybug)'이라는 이름 붙어있다. 이 골프장의 상징인 무당벌레와 미셸 위의 주니어 때 우승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현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전설에 따르면, 무당벌레가 날아와 어깨 위에 앉았을 때는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손가락으로 옮긴 뒤 부드러운 입김으로 무당벌레를 보내주어야 한다. 그러면 행운의 여신이 우승컵을 가져다 준다.'
미셸 위는 "정확히 어느 대회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열 살에서 열 한살 때쯤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최종일 무당벌레는 미셸 위의 어깨 위에 내려앉지 않았지만 고향팬들 앞에서 '골프천재'의 위용을 과시했다. 호놀룰루의 스타애드버타이저지는 이런 미셸 위를 응원하듯 1~4라운드 내내 스포츠면 1면과 내지 2~3개 면을 할애해 보도하는 열성을 보였다.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마지막날 5타를 줄이는 폭발력으로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해 단독 3위에 올랐다. 이어 최종일 한때 공동선두를 질주했던 김효주(19·롯데)는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10언더파 단독 4위에 만족했다. 최운정(24·볼빅)과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은 나란히 합계 9언더파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