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환은 지난 9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내셔널리그 10라운드 목포시청과의 경기에서 전반 33분, 후반 4분, 후반 30분에 잇따라 골을 넣었다. 이날 3골을 몰아넣은 황철환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첫 해트트릭 주인공이 됐다. 황철환의 맹활약 덕에 울산현대미포조선은 목포시청을 3-0으로 완파하고 3위로 올라섰다.
박지성(33·에인트호번)의 모교인 수원공고 출신인 황철환은 아주대 재학 시절까지 촉망받던 기대주였다. 지난 2010년 5월에는 홍명보 감독이 맡았던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발탁돼 네덜란드 U-20 국제친선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작은 키가 걸림돌이었다. 2011년 일본 J리그 빗셀 고베 입단테스트를 받았지만 165㎝, 63㎏이라는 작은 체격 때문에 좌절을 맛봤다. 이후 그는 2012년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에 입단해 실업 무대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대전한수원(현 경주한수원)을 거쳐 올 시즌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이적한 황철환은 이제서야 한 팀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작은 키를 활용한 빠른 돌파와 감각적인 플레이가 팀의 개성적인 공격력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개인기가 좋은 브라질 출신 외국인 동료 공격수 알렉스와의 호흡도 잘 맞아들어가고 있다.
작은 키 때문에 해외 진출이 좌절됐지만 황철환은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황철환은 "축구에서 필요한 게 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키가 작아도 헤딩 잘하는 선수도 많다. 그걸 단점이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었다"면서 "키 작은 게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더 자신있게 하려고 하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황철환은 고교 10년 선배인 박지성의 성실함을 닮고 싶어했다. "내가 고3 때 학교를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던 황철환은 "10년 이상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도 꾸준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지성이형처럼 나도 성실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를 하면서 집(수원)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운동을 하는 건 처음"이라는 황철환은 "그래도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최고다. 내 집 같은 이 팀이 올 시즌에도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