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27·사간 도스). 한국 축구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 J리그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여성해는 전반기를 2위로 마친 사간 도스 돌풍의 중심이다.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도스는 올 시즌 14경기 12실점의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리그 최소실점 3위다. 중앙 수비수 여성해가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여성해는 2010년 이후 다섯 시즌째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186㎝의 큰 키를 앞세워 제공권이 뛰어나다. 별명은 '공룡'이다. 투지가 넘쳐 일본 공격수들이 그를 상대하기 꺼린다.
포항 출신인 그는 포스코 재단인 포항동초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여성해는 "처음에는 멋모르고 축구를 시작했다. 담임선생님 권유로 했는데, 정식 축구부인 줄도 몰랐다"고 떠올렸다. 처음 포지션은 공격수였다. 그러나 여러 포지션을 해보다가 가장 잘 맞는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시련도 있었다. 한양대 4학년이던 2009년 드래프트에서 K리그 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여성해는 "힘들었다. 현실로 믿고 싶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K리그 입단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테스트를 받으러 떠났다. 그리고 J2리그(2부리그)에 있던 도스에 입단했다. 윤정환 당시 수석코치의 눈에 띄었다. 첫해 컵대회를 포함해 27경기를 뛰며 인상 깊은 데뷔시즌을 치렀다. 그리고 2011년에는 J리그에서 31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하며 팀이 1부로 승격하는데 주인공이 됐다.
여성해는 "승격할 때가 가장 행복한 추억"이라 했다. J1에 승격한 첫해인 2012년 도스는 5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2위까지 추락했다. 여성해는 "경기 내용은 좋았는데 이기지 못했다. 주전으로 나오는데 승리하지 못해 책임감이 컸다"며 "경기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절치부심한 여성해는 올해 후배 김민혁(22)과 함께 도스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숭실대에서 도스에 입단한 김민혁은 187㎝의 장신 수비수다. 여성해는 "한국 선수와 함께 중앙 수비를 보니 호흡이 잘 맞는다. 대화를 많이 해 서로 약속된 수비를 한다"고 말했다.
아직 그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여성해는 "힘이 닿는 데까지 뛰어 팀이 타이틀을 따는데 공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득점을 하고 싶다. 수비수가 수비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골을 넣은 지 2년 됐다. 골 넣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