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의 비디오 판독이 이번 시즌 중에 확대된다. 홈런뿐 아니라 아웃-세이프도 판독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새 제도의 도입 시기를 일러야 올스타전(7월18일)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도 당장 시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KBO "비디오 판독 조기 도입"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오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4심 합의 또는 비디오 판독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야구 규칙 개정과 비디오 판독 특별 시행세칙을 제정하고 야구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비디오 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올 시즌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넥센전을 비롯해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계획을 앞당긴 것이다. KBO는 올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프로야구에 불신이 쌓이면 안 좋으므로, 다들 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인정한다면 굳이 미룰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며 "도입 시기는 6월은 무리가 아닐까. 규칙을 마련하고 구단들과 회의도 하고, 서두른다면 올스타전 이후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금조 KBO 운영육성부장 역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더라도 당장 야구장 내 카메라 증설 등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할 수는 없다. 우리 현실에 맞게 준비해 시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과 선수단 심판 등 관계자들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적으로 오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물론이고 첨예한 장면까지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런 수요를 감당하려면 상당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TV 중계화면을 통해 판정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좀더 엄격하게 하려면 중계 방송에서 비쳐진 장면 외에 추가 화면을 (방송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방송사와의 협의, 판독할 수 있는 시설, 판독관 구성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바쁘게 서둘러도 역시 올스타전 이후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 당장 시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어차피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장 내 중계 시설과 카메라를 확충하는 것은 과제로 남길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 여건상 당장 MLB와 같은 비용(200억~300억원)을 투자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TV 중계 방송 화면을 활용해 4심이 합의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금 당장도 실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선수단을 비롯한 구단, 심판 등 모든 관계자들의 동의가 빠른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할 필요는 있다. 중계화면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모든 경기에서 공평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오심으로 논란이 된 장면들은 대부분 중계화면으로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판정이라 합의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판독 범위와 절차 및 횟수 등 구체적인 조항 역시 현실을 감안하고 MLB를 참조해 결정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