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심판 판정 논란에 경기의 주인공도 바뀌고 있다. 이번 주중 넥센-한화전이 열린 목동구장에서는 연이틀 선수보다 심판 판정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주인공이 돼야할 선수들이 오히려 뒤로 물러나게 됐다.
지난 21일 한화와 넥센은 팽팽한 경기를 이어나갔다. 한화 선발 이태양은 5이닝 3실점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12일 넥센을 상대로 올 시즌 첫 선발 등판해 4⅓이닝 4실점에 그치며 첫 패를 떠안았던 아쉬움을 털어낸 호투였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태양은 현재 한화 투수들 중 가장 좋은 공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장타 부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은 5-4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에에서 시즌 2호 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347, 1홈런 21타점을 올리고 있었지만 "스윙이 좋지 않다. 타구가 맞아 나가면서 홈런이 나와야 하는데 스윙이 좋지 않아 장타가 안나온다"던 김태균의 아쉬움을 털어낸 한 방이었다. 김태균의 그랜드슬램은 2009년 7월7일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1779일 만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심판 판정 논란과 김응용 한화 감독의 퇴장이 더 뜨거운 이슈가 됐다. 한화가 4-2로 앞선 6회말 2사 2루에서 넥센 윤석민의 타구에 대해 김준희 3루심은 페어를 선언했고, 한화는 파울이라며 항의를 했다. 김응용 감독은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수단 철수를 지시했고, 원현식 구심은 김응용 감독의 퇴장을 선언했다. 경기는 11분 만에 재개됐지만, 선수들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해야할 선수들, 그리고 이를 즐기려는 팬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은 셈이다.
전날(20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넥센 신인 하영민과 한화 2년차 송창현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다. 하영민은 5⅓이닝 1실점했고, 송창현은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송창현에게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한화 신인 최영환은 3이닝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았다. 넥센 박병호는 시즌 15호 홈런과 16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홈런 단독 질주에 힘을 붙였다. 5회말 송창현에게 때려낸 16호 홈런은 전광판 상단을 때릴 만큼 놀라운 괴력을 발휘했지만, 이날도 목동구장의 화제는 판정 논란이었다.
한화가 0-1로 뒤진 4회말 2사 1·3루에서 넥센 박헌도가 좌익수 뜬공을 때렸고, 3루주자 김민성이 태그업해 홈으로 들어왔지만 포수 정범모에게 막혀 태그됐다. 하지만 이영재 구심은 김민성의 세이프를 선언했다. 김민성은 홈을 밟지도 못했지만 득점을 인정받았고, 한화는 억울하게 1실점을 해야 했다. 경기를 뒤흔든 오심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틀날인 21일 이영재 심판위원에게 제재금 5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한화는 이미 억울한 실점과 함께 분위기를 내주며 1-3으로 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