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 27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그가 착용한 유니폼과 모자는 평소와 달랐다. 챙을 제외한 모자 전부분이 군복에 사용되는 얼룩 무늬로 덮혀 있었다. 유니폼은 팀 로고와 이름, 번호가 얼룩 무늬로 수 놓여 있었다. LA 다저스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들이 이날 얼룩무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했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가 함께 하는 대표적 국가 기념일
메이저리그는 메모리얼 데이 외에도 전 구단이 함께하는 기념일이 여럿 있다. 3월 17일 성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를 비롯해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 (Jackie Robinson Day), 5월 둘째 주 일요일 어머니의 날(Mother's Day), 6월 셋째 주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가 그것이다. 전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메이저리그도 동참한다는 뜻이다.
성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에 처음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미국 내에서는 아일랜드계가 많이 거주하는 동부지역에서 성대한 축제가 개최된다. 사람들은 성 패트릭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착용한다. 메이저리그 역시 이에 동참하기 위해 시범경기 기간인 이날 초록색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한다.
메이저리그 전 선수들은 4월15일 똑같은 번호를 달고 경기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20세기 최초 흑인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번호 42번을 달고 뛴다. 로빈슨은 LA 다저스의 전신인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원래 흑인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지만, 1887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구단주이자 스타 선수인 캡 앤슨이 흑인선수들을 쫓아냈다. 이후 흑인선수는 리그 참여가 불가했다. 하지만 60년 뒤인 1947년 로빈슨이 이를 깨트리며 흑인선수의 리그 참가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다. 이날 자녀들은 어머니에게 분홍색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뜻에 동참하고자 분홍색 장비를 사용한다. 경기 후 분홍색 장비들은 경매로 부쳐 수익금은 유방암 퇴치 사업에 쓰인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자신의 어머니를 초청하는 행사도 갖는다. 류현진도 지난해 모친 박승순 씨를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명칭은 아버지의 날이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모든 남성들을 위한 날로 기념된다. 어머니의 날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아버지를 구장에 초청해 다양한 식전행사를 갖는다.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지정된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우리나라의 현충일과 비슷하다.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전사자들을 기리는 기념일로 이날 모든 선수들은 밀리터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다. 경기 후 사용된 물품은 경매에 부쳐 미국 보훈청 등에 기부한다. 현역 또는 전역 군인들이 구장을 찾아 시구를 하는 등 여러 식전행사를 갖는다.
◇국내 프로야구, 기념일 함께 할 방법은?
우리나라가 법으로 지정한 국가 공휴일은 11개이다. 이 가운데 프로야구 일정에 속한 기념일은 어린이날(5월5일) 석가탄신일(5월6일) 현충일(6월6일) 광복절(8월15일) 추석(음력 8월15일) 개천절(10월3일) 한글날(10월9일) 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국가 기념일로 인해 달라지는 건 휴일 경기 시간이 적용되는 것 뿐이다. 전 구단이 함께 기념일의 뜻을 되새겨보는 행사는 갖지 않고 있다. 어린이날 잠실라이벌 LG-두산이 맞붙는 전통이 있지만,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전 구단이 함께하는 국가 기념일 행사가 없는 것을 두고 팬들은 '아쉽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기념일 행사를 구단이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는 있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로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현충일과 한국 전쟁 발발일인 6월25일에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 행사를 실시했다. 2011~2012시즌 구단 사정상 유니폼 착용 행사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충일 다시 밀리터리 유니폼 착용행사가 부활했다. 올해도 두 차례 착용이 예정돼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구단 전통행사로 자리 잡기 위해 올해도 실시한다. 호국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C는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를 개최한다. 이날 어린이들을 위한 캐치볼과 구장 투어가 실시되며, 별도 선발된 어린이는 배트보이와 장내 아나운서를 경험하게 된다. 선수들의 유니폼도 달라진다. 다이노스 로고 위에 'Jr'이라는 마크가 붙는다. 색상 역시 기존 하얀색이 아닌 산뜻한 하늘색 유니폼으로 바뀐다. 구단 관계자는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가 어린이 팬들에게 인기가 좋다. 앞으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들 각자 어린이 팬을 위한 행사를 여는 것이 전부다.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처럼 현충일 또는 6.25 발발일에 밀리터리 유니폼을 전 구단이 착용한다면 뜻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어버이날도 기념일 행사가 가능하다. 선수단 부모를 초청해 다양한 이벤트를 갖는다면 이 역시 어버이날의 뜻을 되새겨 볼 수 있게 된다. "마케팅적 요소로도 훌륭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로야구가 국내 대표 스포츠인 만큼 전 국민이 함께 하는 기념일에 동참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