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인들이 영화 '미조'의 제한상영가 철회와 조속한 개봉을 요구하는 지지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였던 영화 '미조'는 지난 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사실상 국내 개봉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오타 토키토시 프로그래머가 국내 제한상영가’ 판정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한데 이어 정지영 감독, 김경형 감독을 비롯해 영화평론가 정지욱·강성률 등 국내 영화인들이 '제한상영가 철회 요구' 선언을 발표하며 '미조'의 조속한 정상개봉을 위한 힘을 보태고 있다.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이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일 뿐더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다"며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영화 '미조'가 아니라 사문화되어야 마땅한 제한상영가를 내세워 우리가 문화 후진국임을 기필코 증명하려는 영등위의 권위적인 잣대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라이어'의 김경현 감독은 "모든 영화는 관객 앞에서 공개될 권리를 가진다. 등급제가 필요한 이유는 미성년자들 때문이다. 영등위는 그것만 판단하면 된다. 영등위의 행태를 필요악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간다면 그들은 분명히 이걸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가도 동참했다. 정 평론가는 "'미조'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결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할 것이며, 예술과 문화에 있어 이와 같은 ‘가만 있으라’고 윽박지르는 그 어떤 형태의 압력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왜 성인들이 당신들의 잣대 때문에 이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지도 못해야 하는가? 결국 심의위원들이 이 영화를 죽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판정의 사유로 총 7가지 장면에 대한 지적과 함께 "폭력성의 수위가 매우 높고, 비윤리적인 설정 등 일반적으로 사회윤리에 어긋나며 선정성·폭력성·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다"고 밝혔다. 특히, "태어나자 마자 버림 받은 아이가 친부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것과 여자로써 접근해 사랑하게 만들고 죽음으로써 복수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 왜곡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미조'는 입양 부모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만신창이로 살아온 소녀 미조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조는 자신이 버려질 때 쌓여있던 피 묻은 유니폼을 가지고 친부모를 찾아 복수에 나선다. 대전 영유아 유기사건, 지붕 영아 유기사건, 베이비 박스 등장 등 가족 파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