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내분…IBM만 웃었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내분 봉합에 실패하면서, 현재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공급자인 IBM만 이득을 보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회의를 열어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내용이 나오기까지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모든 의사결정을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중인 KB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이번 주안에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지만, 금감원이 감사를 마무리한다고 해도 이를 정리, 검토해 확정하고 징계를 하는데는 몇 주 또는 1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당초 IBM의 메인프레인 시스템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산시스템을 교체하기로 한 당초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돼 기존 계약자인 IBM만 최소 200억원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됐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지난해부터 계정계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2008년 한국IBM과 7년간 2015년까지 2100억원(연간 300억원) 규모의 IT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이 종료되는 2015년 7월에 맞춰 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해온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데는 최소 13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따라 국민은행이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7월에 맞춰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려면 적어도 6월안에는 입찰이 마무리돼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내분으로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입찰과 발주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민은행은 울며 겨자먹기로 IBM과 재계약을 맺거나 전산시스템 교체가 마무리 될 때까지 IBM과 단기 계약을 맺는 수 밖에 없게 됐다.

국민은행이 IBM과 재계약을 맺을 경우 IBM은 최소 1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설사 국민은행이 재계약을 맺지 않고 전산시스템 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단기로 IBM과 전산시스템 사용 계약을 맺더라도 월 수십억원의 비용을 받아낼 수 있다. 현재 IBM은 장기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3개월 단위로 전산시스템 사용 계약을 맺을 경우 국민은행에 매월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IT업계에서는 이번 국민은행 사태가 IBM의 의도에 놀아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IT업계의 관계자는 “당초 이번 사태의 발단이

한국IBM 대표가 국민은행 경영진에 보낸 이메일 한 통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한국IBM의 분탕질에 한국 대표은행이 놀아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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