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7일 SBS 스포츠 TV 잠실경기(LG-KA) 관전평을 했다. 담당 해설위원인 김 감독의 아들 정준씨와 함께 중계석에 앉았다. 단일 경기 해설은 물론 ‘타고투저’로 진행 중인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분석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프로선수는 어려운 것을 쉽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 시즌 프로야구는 쉬운 것을 어렵게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덧붙였다. SK 감독 시절 ‘국민 우익수 이진영(현 LG)에게 “아슬아슬하게 멋진 플레이 할 생각 말고 미리 낙구 지점에 가서 타구를 잡아라”고 말한 사례를 회고했다.
▶과감하게 타자의 약점을 공략할 줄 알아야
김 감독은 배터리의 볼 배합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배터리는 큰 외야 플레이를 맞은 것에 대해 개의치 말아야 한다. 내야 땅볼이나 외야플라이나 어차피 똑 같은 아웃카운트다. 27개의 아웃카운트(9이닝 3아웃)를 잡으면 된다. 그런 것에 신경 쓰면 정상적인 볼배합이 안 된다.
우선 볼배합은 그동안의 데이터는 물론 팀 투수의 컨디션, 상대 타자 컨디션, 경기 스코어, 투구 스코어 등 모든 것을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KIA 이대형과 신종길은 ‘투수를 올려다보며 타격하는 스타일’로 낮은 볼을 잘 치고 높은 볼에 약한데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높은 볼로 공략하면 아웃카운트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상대 타자에 대한 치열한 연구가 부족한 결과다.
▶ 타격은 하체의 힘으로 한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비교 설명했다.
첫째로 이날 초반 대량실점한 LG 선발투수 우규민은 지난 해와 다리 와인드업 때 다리 올려 나오는 것이 빨라졌다. 작년에는 와인드업시 다리가 잠깐 멈췄다가 나오는 것처럼 보였으나 올해는 곧장 나온다.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쉬워졌다. 홈런이 많아진 것도 이것과 무관치 않다. 우규민은 지난 해 140이닝을 던졌으면서도 6개 피홈런을 기록했으나 올해 50이닝등 던지면서도 벌써 6피홈런을 내줬다.
둘째로 ‘타자는 하체의 힘으로 스윙하는 것이다는 것으로 KIA 나지완과 이범호의 예를 들었다. 나지완은 스윙할 때 뒷다리(오른다리)의 힘이 받쳐주고 있으나, 이범호는 예전과 달리 스윙하면서 앞다리 쪽으로 미리 중심이 옮겨간다. 타격할 때 나지완은 끝까지 팔로스윙을 하는 반면 이번호는 마지막에 손을 놓는다. 4회초 공격에서 같은 구종의 비슷한 볼을 상대로 나지완은 좌월 홈런으로 연결한 반면 이범호는 왼쪽 2루타에 그쳤다.
KIA 안치홍도 좋았을 때는 하체의 힘으로 스윙을 했으나 요즈음 팔로만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에이스는 팀 상황에 맞게 할 줄 알아야
KIA 선발투수 양현종은 올해 좋아졌다고 말하기 전에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먼저 말해야 한다. 팀의 에이스는 팀 사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KIA는 불펜이 빈약하기 때문에 에이스 양현종은 완투를 목표로 해야 하는데 6,7회에 강판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완투를 위해서는 6,7회에 투구수가 100개 넘어가서는 안되고 80개에 머물러야 한다. 양현종은 올해 경기 전까지 7회 4경기, 8회 2경기에 그쳤다.
양현종은 투구 자체는 좋다. 서클체인지업 등을 활용해서 볼 2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하다. 탈삼진을 뽑기 위해서는 볼을 3개던져야 하지만 볼 2개만으로도 아웃카운트를 기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 윤석민과 류현진도 에이스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팀 사정에 맞게 완투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이다.
▶ 수비수는 타구 맞는 순간 어디로 올 줄 알아야
프로는 어려운 것을 쉽게 플레이 할 줄 알아야 한다. 수비수는 맞는 순간 타구가 어디로 오는 줄 알고 미리 가서 포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것을 보고 뛰어가는 것은 아마추어다. LG 좌익수는 유격수가 펌블했는데도 백업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잡을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왜 하위권에 있는 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박진만이 SK에 다시 왔을 때 ‘이제는 박진만이 다이빙할 때가 되었다’고 말해줬다. 그 전에는 부드러운 푸트워크로 미리 가서 쉽게 잡았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 형식에 얽매이는 야구는 안돼
올 시즌 ‘타고투저’는 형식을 의식하는 야구를 하는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선발투수가 난타당할 때에는 1회에 투수 3명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게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에이스라고 6~7점을 줄 때까지 기다려 주니 ‘핸드볼 스코어’가 빈번하게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변했으면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이기기 위한 승부를 하면서 특정 선수의 자존심을 생각하는 것은 경기 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강팀은 즉흥적이 아니라 각본에 의해 움직여야
LG가 강팀이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밝혔다.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선수 뿐만아니라 구단 코칭스태프 모두가 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현재의 모습은 집중력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모두가 작년 2등한 것에 만족했다. 왜 2등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느냐고 의문을 갖고 새 출발했어야 했는데. 정말 기적에 가깝게 잘 해준 이병규·권용관·이진영 등이 올해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어야 했다. 그런데 시즌 후 노장들이 모두 안주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젊은 선수 위주로 훈련한 것이 올해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가장 크게 지적하는 포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오래 전부터 미리미리 계획적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약점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 나지완 나성범 이승엽 올 시즌 ‘빅3’
올 시즌 최고 타자 3명만 뽑아달라는 주문에 나지완(KIA) 나성범(NC) 이승엽(삼성)을 꼽았다. 나지완은 당대 배터리 볼배합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좋다. 나성범은 현재도 좋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타자, 이승엽은 시범경기 때 잘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예전의 위력을 상당부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