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주 5일제라고 하지만, 야구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따금 요일을 잊을 때도 있다"(류중일 삼성 감독)
프로야구 감독들에게 '쉬는 시간'은 참 귀하다.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효과적으로 달래야 한다. 하지만 여건이 마땅치 않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유명인이다. 어디를 가도 팬이 있고 알아보는 눈이 많다. 밖에서 마음 편하게 식사 한 끼 하지 못한다.
결국 감독들은 모처럼 얻는 쉬는 시간에도 원정 숙소나 집에 틀어박혀 지내곤 한다. 류중일(51) 감독은 "요즘은 쉴 때 별다른 걸 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어디 밖에 나가기도 번거롭다. 대구 경기 때는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평일 오전에는 MTB 자전거를 타고 인근을 한 바퀴 돌며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고 덧붙였다.
선동열(51) KIA 감독도 비슷하다. 오전에는 러닝 등을 하지만, 경기가 끝난 밤에는 늘 숙소에 머문다. '국보급 투수'였던 그는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간 때가 고교 시절이었을 만큼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지 못한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새벽 2시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다. 선 감독은 "자연이나 동물의 세계 등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을 이따금 시청한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나 사냥 등을 했던 추억도 있다"고 말했다.
김시진(56) 롯데 감독은 TV를 보곤 한다. 야구는 물론이고 드라마와 예능도 짧게나마 돌려보며 시간을 보낸다. 김경문(56) NC 감독은 경기에서 패하면 유독 밤이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비시즌 저녁시간에는 가족 드라마를 시청하곤 했다. 효를 중시하고 가족애가 있는 따뜻한 내용의 드라마를 즐겨 봤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수록 쉬는 시간을 제대로 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현영 스포츠 카운셀링 & 힐링센터 심평체정 대표는 "프로야구 감독들은 날마다 경기를 치르느라 심신이 지쳐 있다. 미국 등 해외 스포츠인들은 '리커버리 스킬' 같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다. 잘 쉬어야 에너지가 나온다. 숙소에만 머물지 말고 등산이나 운동 등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