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은 지난 5일 사직 한화전부터 방망이 끝에 반창고를 칭칭 감아놨다. 그는 배트를 짧게 잡고 스윙을 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방망이의 얇은 부분을 잡고 휘두르다보니 힘 전달이 완벽히 되지 않는다. 고민하던 손아섭은 팀 동료 히메네스의 방망이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 히메네스의 연습용 방망이는 끝 부분이 두꺼운 반창고가 감겨 있다. 손이 커서 방망이 끝을 잡으면 공간이 남기 때문에 완벽한 그립감을 위해 반창고를 감아놨다. 손아섭은 "반창고를 감아서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동료들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과 타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는 타석을 소화한 뒤 더그아웃에 들어오면 상대 투수의 볼 배합과 구위에 대한 느낀점을 동료들에게 전달한다. 정훈과 임종혁, 신본기 등 젊은 선수들은 히메네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정훈은 "아무래도 상대 투수가 히메네스에게는 변화구 위주로 상대를 할 수 밖에 없다. 변화구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히메네스의 과외는 '매직아이'부터 시작됐다. 그는 헬멧 안쪽에 양궁 과녁 2개가 이어진 그림을 붙이고 다닌다. 경기 중에도 수시로 자신의 표적을 바라보는데, 이 방법을 따르면 눈의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히메네스는 "미국에서 뛸 때 팀 동료에게 권유받고 시작했는데, 이걸 하고나니 선구안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히메네스가 불방망이를 휘두르자 롯데 선수들의 헬멧 안쪽에 '매직아이' 스티커가 하나 둘 씩 붙여지기 시작했다. 손아섭과 황재균 등 주전 타자들의 헬멧에도 '매직아이' 스티커도 붙여있다. 손아섭은 "큰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씩 써봤던 방법이다. 다만 한 번씩 집중이 필요할 때 자기 최면식으로 매직아이를 쳐다본다. 안타를 때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 것 아니겠나"라며 웃었다.
히메네스는 밝은 성격과 넉살로 동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전언이다. 정훈은 "히메네스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며 "가까이 지켜보면서 좋은 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국적을 떠나 야구 선배 아닌가. 히메네스도 우리를 야구 후배로 생각해 많이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