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서울 하늘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광화문 광장은 대낮처럼 환했다. 18일 오전 7시(한국 시간)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러시아전을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 응원에 나섰기 때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무대부터 이순신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 입구까지 붉은 악마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 밤샘 응원 대비 이불·베개 등 침구 들고 나와
경기가 오전에 열려 밖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시민들은 '야외 취침'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경기를 기다렸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대비해 겉옷을 챙긴 것은 물론 담요·이불·베개 등 침구를 준비해온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날이 밝기 전까지 돗자리에 누워 달콤한 쪽잠을 청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응원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오전 5시부터였다.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한 MBC 무한도전팀이 무대에 나오자 시민들은 나른해진 몸을 일으켰다. 무한도전팀의 열정적인 응원가가 이어지고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프를 하며 열기를 더했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으로 광화문 광장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 무용과·치어리더·걸그룹 '월드컵 미녀' 속출
날이 밝기 시작하자 '거리 응원' 미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응원가에 맞춰 '응원 댄스'를 선보인 이들은 서울예술종합학교의 무용예술과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하프타임에 무대에 직접 나서 응원 플래시몹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배꼽을 드러낸 응원 복장을 갖춰입고 경쾌한 댄스를 보여준 정다진(22)씨는 "대한민국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응원의 대표주자 '몸짱' 치어리더들도 동참했다. 대한항공 치어리더로 활동 하고 있다는 다섯명의 미녀들은 오랜 치어리딩으로 다져진 몸매를 드러내는 응원 복장을 갖춰입고 외국인 응원단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대한민국 응원 문화 전파에 앞장섰다. 걸그룹 못지 않은 외모와 끼를 겸비한 이들은 실제로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해 시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 쓰레기 봉투들고 주변 정리에도 '적극 참여'
신인 걸그룹도 '붉은 악마'로 변신했다. 여성댄스팀 '샷걸'은 붉은색 응원 복장을 맞춰 입고 광화문 광장에 등장했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늘씬한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거리에 나와 시민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국내 가요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번 거리 응원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한층 성숙해진 시민 의식이었다. 화려한 응원 복장들 사이에서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CU 클린 봉사단이 응원에 열중하는 시민들에게 쓰레기 봉투를 나눠줬다. 시민들은 응원 열기 속에서도 건네 받은 봉투를 하나씩 챙겨들고 주변 쓰레기 정리에 나섰다. 한 시민은 "쓰레기 봉투를 챙겨와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나눠주니 청소하기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발전하는 응원 문화에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도 흐뭇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