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포르투 알레그리 베이라 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알제리전 직전 알제리 팬들이 서로 싸움을 벌여 경기장 안전요원이 제압하고 있다. 사진=송지훈 기자
호전적이기로 악명 높은 알제리 축구팬들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불상사를 일으켰다. 한국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관중석에서 폭력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베이라 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알제리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H조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본부석 스탠드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알제리 응원석의 일부 팬들이 자체적으로 다툼을 일으켜 소란을 피우더니, 이내 몇 명의 팬들이 주먹다짐을 하며 폭력 사태를 야기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올란 주변 팬들이 놀라 자리를 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안전요원 십 여명이 달려와 흥분한 팬들을 떼어놓은 뒤에야 상황이 진정됐다. 싸움 당사자들은 안전요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또 한 번 싸우려다 결국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알제리 팬들은 다혈질 폭력 성향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11월 부르키나파소를 1-0으로 꺾고 브라질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축하행사를 진행하던 중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240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다. 자국리그에서는 상대 선수를 레이저포인터로 괴롭히거나 홍염을 터뜨려 경기장에 매캐한 연기를 피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 중 또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그라운드로 난입하는 일도 흔하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1차전 직후 1-2로 역전패 한 경기 결과에 대해 감독과 선수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열린 한국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이 "우리 팀의 문제는 모두 기자들에게서 나온다. 없는 말을 지어내 팀을 흔들지 말라"며 책임을 미디어에 뒤집어 씌워 자국 취재진이 격분하는 일도 있었다.
팬들도 선수단도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사분오열하는 알제리지만, 1982 스페인월드컵 이후 맥이 끊긴 '월드컵 본선 승리'에 대한 열망 만큼은 뜨겁다. 앞서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1-1무)에서 안정감 있는 경기력으로 주목받은 한국이 '다혈질 군단' 알제리를 어떻게 요리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