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의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롯데 최준석과 한화 김태균이 그렇다. 둘은 6월 맹타의 비결로 '아내의 한 마디'를 꼽았다.
최준석은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날 멀티히트로 지난 11일 사직 LG전을 시작으로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최준석의 6월 방망이는 뜨겁다. 그는 6월 14경기에서 타율 0.390·6홈런·14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기다리던 장타율이 부활했다. 그의 6월 장타율은 0.902에 달한다. 필요한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최준석은 "6월 타격감이 좋다"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는 "작년 10월 포스트시즌 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타격감이 아주 좋다"며 웃은 뒤 "4~5월에는 FA에 대한 부담이 컸다. 너무 잘 하려고만 했다. 나쁜 볼에 배트가 많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6월부터 부담이 없어졌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잘 하는 선수들이 해주고 있다. 부담없이 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최준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형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3~4월 21경기에서 타율 0.183·3홈런·12타점으로 부진했다. 고민을 하던 최준석은 아내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아내가 '원래 하던 야구를 하자. 즐기면서 하지 않았나'라고 얘기해줬다. 그 후 마음을 비우니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최준석은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잘 먹고, 잘 쉬려 한다. 아내가 음식을 잘 해준다. 여름을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 내가 하던 것을 다시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마음 먹기에 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균은 6월 16경기에서 타율 0.390·홈런 7개·21타점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장타율이 0.814에 달한다. 개막 후 5월까지 그의 장타율은 0.463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 들어 장타력이 살아났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려내며 팀 승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폭발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장타력 부활의 비결은 방망이 무게에 있었다. 그는 20012시즌부터 930g짜리 방망이를 사용해 왔다. "체격이 큰 만큼 방망이도 무겁게 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타격감이 좋아졌는데도 좀처럼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다. 김태균은 "고민을 하던 중 아내(김석류 씨)가 한 마디를 했다. '이제 20대도 아닌데, 방망이가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고. 듣고보니 그럴 듯 해서 후배 엄태용의 880g짜리 방망이를 들고 나갔다. 간결한 느낌이 들더니 홈런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880g 방망이를 5월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처음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김태균은 880g짜리 방망이를 들고 나선 26경기에서 타율 0.381·8홈런·32타점·장타율 0.711을 기록했다. 그는 "야구가 웃기다"며 "엉뚱한 데서 답이 나올 때가 있다. 아내가 우리보다 야구를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생각지도 못했던 데서 그렇게 풀리니 참 재미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