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졸전을 펼친 원인 중 하나로 컨디션 조절 실패가 꼽힌다. 이에 대해 황열병 예방접종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열병은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라질 동부 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역을 황열병 예방접종 권장 지역으로 설정했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참가국에 예방접종을 강력히 권고했다.
대표팀은 5월28일 튀니지와 평가전 다음 날인 5월29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단체로 예방주사를 맞았다. 국내에서 황열병 예방접종이 가능한 곳은 국립중앙의료원과 각 공항 검역소, 분당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뿐이지만 특별히 국립의료원이 대표팀을 위해 전문의를 파주 NFC로 파견하는 편의를 제공했다. 대표팀은 접종 다음 날인 5월30일 전지훈련지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했다.
문제가 된 것은 후유증이었다. 황열병 주사는 부작용이 있다. 접종자의 약 20%가 통증, 부종, 미열, 두통, 근육통 등에 시달린다. 마이매이 전훈 중반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범영(부산)이 감기 증세로 훈련을 빠졌다. 이청용(볼턴)과 이용(울산)도 열이 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6월6일 줄 예정이었던 전체 휴식을 하루 앞당기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전체 리듬에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의무진은 사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항변한다.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황열병 후유증은 접종 직후 나타난다. 부작용이 생겨도 미국까지 가는 20시간이 넘는 비행 안에서 해결될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또 일부 선수들의 증상도 후유증으로 단정짓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처음 그런 증세가 나타난 것은 접종 6일째인 6월4일이었다. 축구협회 임영진 의무분과위원장은 "경희대학교 감염내과에 자문을 구하니 접종 1주일 뒤 후유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후유증이 아닌 시차, 피로에 따른 감기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무진이 예방접종이 꼭 필요한지를 조기에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의료원은 황열병에 대해 최소 출국 10일 전 예방접종을 하라고 권유한다. 대표팀은 5월13일 처음 소집되고도 5월29일에야 예방접종을 했다. 임 위원장은 "선수별로 소집날짜가 달라 다 모여 주사맞을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에게 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고 처음부터 강력히 권고했다면 먼저 소집된 선수들이 접종을 하고 이후 합류시기에 따라 그룹을 나눠 얼마든지 차례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