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필요할 땐 볼넷을 얻거나 안타로 출루해 득점을 올려준다. 톱타자인데 최근에는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도 펑펑 때려낸다. 삼성의 '복덩이' 나바로(27)가 최근 이같은 모습이다.
나바로는 9일 대구 롯데전에서 1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0-1로 뒤진 1회 그는 개인 세 번째 선두타자 홈런(시즌 19호·공동 5위)을 기록했다. 3-1로 앞선 6회 1사 1, 2루에선 쐐기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삼성은 롯데는 5-4로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나바로는 계약 당시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홈런(8개)과 타점(38개) 1위를 자지했지만 SK 스캇이나 두산 칸투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졌다. 나바로는 메이저리그 79경기에서 타율 0.206, 2홈런, 20타점에 그친다. 팀이 원한 우타 외야자원도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복덩이다. 내야수 조동찬이 다친 뒤 2루에서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또 배영섭이 경찰야구단에 입대한 뒤 팀의 고민거리가 된 톱타자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그는 1번타자를 맡은 뒤 타율 0.352, 15홈런,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삼성의 독주 비결에는 나바로의 활약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나바로는 선구안이 뛰어나다. 보통 외국인 타자는 한방을 의식한 나머지 삼진이 많은 편인데, 나바로는 9일까지 69경기에서 삼진이 38개 밖에 안 된다. 경기당 0.5개. 스스로도 "좋은 공만 치는 게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이다"고 설명한다. 반면 볼넷은 총 55개로 넥센 박병호(68개)에 이어 가장 많다. 출루율은 0.434로 9개 구단 톱타자 중 가장 높다. 득점은 62개로 공동 6위, 득점권 타율은 0.422로 3위다.
최근에는 홈런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5월까지 7홈런에 그친 나바로는 6월 이후 12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20~22일 두 경기에 걸쳐 4연타석 홈런도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첫 번째다. 특히 6월에는 11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내 월간 홈런 1위에 올랐다. 김한수 타격코치는 최근 나바로의 장타력 비결에 대해 "원래 자질이 뛰어난 선수인데 시즌 초반 의욕이 너무 앞서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대화를 통해 중심을 뒤에 두고 타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나바로가 국내 투수를 상대하면서 이제 많이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나바로는 '30(홈런)-30(도루)'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그가 달성할 수 있는 기록도 있다. 2루수로는 역대 세 명(김성래, 홍현우, 신명철) 밖에 없는 20홈런 달성이 바로 코 앞이다. 또한 '홈런왕' 출신의 우즈(전 두산)가 지난 2001년 기록한 역대 외국인 타자 최다득점(101개) 기록도 경신할 수 있다. 현재 경기당 0.86개의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110득점이 가능하다. 김한수 코치는 "30-30클럽이 가능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북돋고 있다"면서 "나바로가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굉장한 수확이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