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모(47) 롯데 배터리 코치가 평가하는 '포수' 최준석(31·롯데)의 점수는 이랬다. 지난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롯데전은 미리보는 올스타전 같았다. 송은범(30·KIA)이 50일 만에 1군에 올라오자 마자 헤드샷을 던지고 퇴장됐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최준석은 강민호의 포수 마스크를 빌려썼다. 투수 송승준(34)과 장원준(30·이상 롯데)은 지명타자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타로 나섰다. 승리의 신은 연장 12회 끝에 끝내기 실책으로 KIA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진짜 스타는 9년 만에 포수 마스크를 쓴 롯데 최준석이었다.
최준석은 9회 말 1사 후 머리에 송은범의 투구를 맞고 교체된 강민호를 대신해 안방을 지켰다. 포항제철고를 졸업한 최준석은 2001년 2차 6라운드(49순위)로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다. 고교시절만 해도 능력있는 포수였던 그는 프로 입단 후 이날까지 통산 10차례 포수 마스크를 썼다. 2004년 10월5일 잠실 LG전까지 선발로 안방을 지킨 최준석은 2005년 4월6일 사직 현대전을 끝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사이 두산을 거쳐 친정 롯데로 다시 돌아온 그는 체중 130㎏ 대 거포형 1루수와 지명타자가 됐다.
세월은 흘렀으나 솜씨는 여전했다. 연장 10회 말 1사 1루에는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리그 최고 수준의 '대도' 김주찬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김주찬은 올해 0.667의 도루 성공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즌 7번째 도루를 막아낸 포수는 최준석이었다. 김주찬의 스타트가 늦기도 했지만, 왕년의 포수였던 최준석의 송구도 완벽했다.
이날 최준석은 3이닝 동안 강영식-김승회-최대성과 배터리를 이뤘고, 총 50개의 포구수를 기록했다. 양 배터리 코치는 최준석이 안방 마님을 맡는 동안 가장 긴장했던 지도자였다. 경기 뒤 연락이 닿은 양 코치는 녹슬지 않은 최준석의 실력을 칭찬했다. 그는 "전문 포수도 오랜만에 안방에 앉으면 중심을 잡기 힘들다. 최준석은 큰 체격을 가졌고 무릎도 완전한 상태가 아닌데 안정적이고 묵직하게 역할을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압권은 '대도' 김주찬의 도루를 저지할 때였다. 양 코치는 "김주찬의 스타트가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꼭 잡을 수 있는 타이밍도 아니었다. 송구가 정확했고 확실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선수는 어떤 보직 어떤 상황에서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준석은 낯선 안방에서도 시종 진지했다. 유리한 카운트에는 모션을 취하며 상대의 발을 묶었다. 투수에게 '공을 낮게 던지라'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양 코치는 "정말 열심히 해줬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제대로 마스크를 써보지 않은 선수라고 믿기 어려웠다. 어려운 공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는 포수 왕국이다. 강민호-용덕한-장성우까지 나머지 8개구단이 노리는 안방 마님이 즐비하다. 최준석의 거포형 포수 자질을 확인한 거인 군단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