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살 배우 김민정. 그녀의 인생 8할은 연기로 채워졌다. 일곱살에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꼬박 25년을 배우란 이름으로 살았다. 촬영장은 놀이터였고, 또래 친구 보다는 스태프와 어울렸다. 촬영장에선 선배?감독 눈치 보느라 떼 한번 못 쓰는 '어른아이'였다. 그래도 좋을만큼 김민정은 연기가 정말 좋았다.
"인생의 눈물도 웃음도 모두 연기를 하며 배웠다"는 김민정은 아역 출신으로 성공한, 몇 안되는 여배우로 평가받는다. 지금껏 '배우'란 이름을 지키는데 고민과 눈물이 없었을 리 없다. 첫 매니저였던 엄마 품을 떠나 기획사와 열 여덟에 정식계약했다. 엄마 없이 세상과 부딪히며 속앓이를 했다. 20대 중반, MBC '아일랜드', MBC '뉴하트'에 출연하며 인기정점을 찍었을 땐 뒤늦게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와 정신적 방황을 겪었다.
어느덧 한결 깊어진 눈빛을 지닌 30대 여배우가 된 김민정. 그녀는 배우로 살아온 지난 25년, 앞으로 20~30년은 너끈히 이어갈 그녀의 연기인생을 신중히 그려가고 있다.
▶#1. 데뷔 그리고 화려했던 아역시절
-연예계 첫 시작이 궁금해요.
"다섯 살 때부터 길거리 캐스팅을 많이 당했대요. 예전엔 충무로에 모든 감독님과 영화 에이전시가 밀집돼 있었거든요. 어릴 때 충무로를 지나다가 몇 차례나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엄마가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서 거절하셨대요. 그러다가 이모의 권유로 유아복 '베비라' 브랜드에서 연 콘테스트에 나갔어요. '귀염둥이'상 1등을 받으면서 광고 모델을 했어요. 그때가 여섯살이었어요. 이듬해 MBC 드라마 '베스트극장-미망인'(90)으로 연기를 시작했죠. 그 후엔 정말 쉬지 않고 활동했어요.(웃음)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10년은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최고 전성기라 할 수 있죠."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MTM 연기학원 출신이다'라는 루머가 있더라고요. 이건 꼭 한 번 해명하고 싶었어요. 전 연기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어요.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죠. 다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표정 연기를 했어요. 일곱살 때 '코알라빵'이라는 TV CF를 처음 찍었어요. 밤을 꼴딱 넘겨서 촬영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자지도 않고 '큐' 소리만 나면 생글생글 웃으면서 했던 기억이 나요. 신기한 게 감정신도 힘들지 않게 찍었던 기억이 나요. 감정 연기는 촬영 30분 전에 세트장에서 감정을 잡으면 금방 몰입해서 찍을 수 있었어요. 누가 감정을 잡는 걸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냥 자연스럽게 터득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제가 그랬다는 게 저도 참 신기해요."
-연기를 하면서 크게 혼나서 펑펑 울었던 적은 없나요.
"없었어요. 잘하는데 왜 혼나요. 하하(웃음) 촬영장에서 항상 예쁨을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 '왕과비'를 찍을 때 유동근 선배님이 특히 많이 예뻐해주셨어요. 최근에 오랜만에 뵙는데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딱 한 번 혼난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어릴 때 대사 NG를 20번 넘게 낸 적이 있어요. 그 때 부조에서 감독님이 혼내는 소리를 듣고 울었던 기억이 나요.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글=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 사진=일간스포츠 DB , 더 좋은 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