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메라의 빨간 불 앞에 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고를 쳐 자숙하는 것도 아니고 잠적한 것도 아닌데 2년여간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들었다. 배우 임성언(32)이다. 2000년대 초반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라 볼 수 있는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으로 얼굴을 알린 후 그 시대 최고의 스타로 불리던 임성언. 이후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어 이따금씩 좋은 작품에 얼굴을 비추며 활동왔다. 그러던 중 2012년 SBS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이후 2년을 쉬었다. 임성언은 "지난 2년은 과도기였다. 그냥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고 그 해답은 풀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년만에 복귀작은 SBS 새 아침극 '청담동 스캔들'. 극중 차가운 악녀 이재니로 분해 아줌마들의 손가락질을 견딜 준비를 마쳤다. 임성언은 "이 드라마로 '아침극 퀸'에 등극할 것이다"며 기세 등등하게 웃었다.
-식상하지만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안 물을 수 없다.
"아니다. 많이 궁금해주는게 좋다. 잊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찌 지냈냐고 물어봐주면 좋다. 작품 활동 연결이 안 돼 대학원 준비와 아는 분의 카페 운영도 조금 해보는 등 나름 바쁘게 살았다."
-2년만에 드라마다. 그동안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내 마인드가 달라졌다. 방송과 멀어지니 '인간 임성언'으로 돌아가 일상에 젖어있었다. 연기를 해야하는 느낌에서 벗어나 있었다. 활동을 시작하니 생기도 되찾았다. 평범한 일상에 있다가 에니지틱한 임성언으로 돌아왔다. 주위에서 많이 활기차졌다."
-대학로에서 공연도 했다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드라마와 연극은 또 다르더라. 연극은 객석에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다보니 느낌이 묘했다. 보는 사람들에 따라 무조건 호응만 해주는게 아니라 굉장히 집중해야한다. 처음에는 객석의 눈빛이 안 보였는데 어느 순간 느껴지더라. 무대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
-복귀작으로 아침극을 선택한 이유는.
"아침극이라는 건 시간대만 다를 뿐 일반극과 다를게 없다. 이번에 아침극했음 다음에 주말극도 하니고 미니시리즈도 하면 된다. 다를 게 없지 않나. 또 그동안 아침드라마를 해오면서 아침드라마 주부 팬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드라마로 아주머니 팬을 더 확보하겠다."
-극중 배역 이재니를 설명해달라.
"재니는 비밀을 쥔 이물이다. 화도 내고 괴롭히기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 회를 거듭할 수록 동서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변화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악역 괜찮나.
"스트레스가 풀린다. 실제 성격은 분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재니를 연기하며 내 할말 다 할때 해소감이 들어 대리만족을 느낀다. 물론 내 이야기를 해소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걸 쏟아내면 후련하다."
-드라마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점은.
"무대에 섰던 공연의 경험도 있고 나름 연기 공부를 했다. 카페 운영하면서 직접 본 고객들을 관찰하며 느낀 부분도 있다. 연기로 많이 녹아낼 자신있다."
-오랜만에 복귀라 달라진 점도 있을텐데.
"디테일이 살아있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콧 속에 분비물이 보일 정도로 모든 게 다 보인다. 피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2년간 방송서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뭔가.
"과도기였다. 내 활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배우라는 일이 계속하고 싶은 것인지 고민해봤다."
-고민이 해결됐나. 해결 방법은.
"가족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며 해결책을 구하려 노력했다. 또 3년째 연예인 합창단을 하고 있다. 모임에 나가다보면 자연스레 얘기도 많이 하고 고민을 어떻게 풀지 선배님들과 상담한다. 그때부터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꾸준히 긴장해 온 것처럼 보인다.
"동생이랑 같이 사는데 게으르지 않아 보이려 직장인 사이클에 맞춰 하루를 시작했다. 오래 자 늦게 일어나면 하루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더라. 어느 순간 '내 또래는 치열하게 일하고 있을텐데 나는 왜 이럴까'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지냈다."
-쉬면서 탐났던 역할도 있었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극중 배역에 빠져들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TV를 안 보게 되더라. 소파에 앉아서 다른 사람의 연기를 모니터 하고 있는 내 모습이 굉장히 다르게 느껴지더라. 그럴 땐 연극을 보러 다녔다. 공연장에 가 '저 배우가 어떻게 관객과 호흡하고 있구나'는 실제 에너지를 느꼈다."
-항상 '산장미팅' 수식어가 붙는다.
"지금은 당연히 따라붙는 수식어지만 초반에는 힘들었다. 드라마로 나를 찾는 PD님들도 '산장미팅'으로 기억하고 있더라. 그 이미지를 털어내고 싶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건 한때 생각이고 내 인생에 가장 감사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산장미팅'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임성언은 없다. 연기를 열심히하면 새로운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
-연관검색어에 '결혼'이 떠 나오더라.
"조금만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연관 검색어에 '결혼'이 뜨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다.(웃음) 사실 이번 작품 미팅을 가지면서도 관계자들에게 '결혼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혼은 결코 안 했다."
-그럼 연애하는 거 아닌가.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연애를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옆구리가 허전하다.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니 없다. 외로워지면 옆에 사람을 필요로하고 그러지 않으려면 외롭지 않으면 된다. 당분간은 일 열심히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