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현(27)에겐 아직 '주전'이라는 말이 낯설다. 내야진의 차세대 리더로 기대받는 김성현이지만 여전히 부상 공백으로 빠져있는 팀 선배 박진만(38)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크다. '국가대표'급 유격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보니 부담도 크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부족한 것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매 경기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재산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김성현은 올 시즌 팀이 치른 84경기 중 78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유격수'라는 말이 손색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나 뜨거운 타격감으로 주목을 받은 건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며 팀에 없어선 안될 선수가 됐다. 시즌 초반 수비 도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한 박진만을 대신해 유격수 자리를 메우고 있고, 타선에서도 하위타선부터 테이블 세터, 때로는 중심타선까지 나서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전반기 김성현은 분명 주전 유격수였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성현은 손사래를 친다.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현재 13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다른 팀의 주전 유격수와 비교했을 때 적지 않다. 팀 실책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에 김성현도 분명 책임이 있다. 그는 "안 해도 될 실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마음에 안 두고 그 다음 플레이를 잘하려 노력하지만 실수가 또 한 번 나오면 그전에 못했던 기억까지 나곤 한다. 아직 멀었다"며 자책했다.
경험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반성 없이는 힘들다. 자신이 부족함을 아는 것은 분명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실책을 줄이기 위해서 김성현은 그저 기본에 충실하려 한다. 그는 "박진만 선배님이나 코치님들께 듣는 조언을 잘 새기고, 훈련에 집중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경기 중에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할 것이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나마 지난해보다 나아진 타격에는 위안이 된다. 물론 자신감이 생겼다거나 나아졌다는 자평은 없었다. 그저 지난해 0.216에 그쳤던 타율이 꾸준히 2할대 후반에서 떨어지고 있진 않는 부분에 점수를 줄 뿐이다. 김성현은 "시즌 초반부터 타율이 저조했더라면 기대를 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현재 감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은 스스로 공격과 수비 모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 시즌 자신에게 찾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한 의지는 강했다. 남은 시즌 팀의 반등과 자신의 성장을 모두 노리려 한다. 그는 "멀리 보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올 시즌이 내 야구인생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