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이 149조원으로 5년 전에 비해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9조원원 올해 국가 예산 358조원의 42%에 달한다.
2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76개 상장사(금융사·지주사 제외)를 대상으로 올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을 조사한 결과 148조52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성자산은 현금과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금액이다. 부채 상환을 위한 외부 차입금이 포함될 수 있어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 등으로 발생하는 사내유보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있다.
10대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5년 전인 2009년 9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8조원으로 43조원 가까이 늘었다. 5년 만에 56.1%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 3개월 만에 10조5000억원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금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9%에서 13.6%로 높아졌다. 대기업들 현금 비축을 늘리는 까닭은 그만큼 국내·외 시장상황이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언제 어떤 위기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중 현금이 가장 많은 곳은 66조원의 삼성이었다. 2009년 27조5000억원에 비해 무려 140%나 늘었다. 이중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이 59조4000억원으로 90%를 차지했다. 2위 현대차는 현금성자산이 42조8000억원으로, 5년 전(21조90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현금성자산을 합치면 108조8000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120.3% 증가했다. 10대 그룹 현금성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51.9%에서 올 3월말 73.3%로 20%p 이상 크게 올라 삼성·현대차로의 쏠림이 심해졌음을 보여줬다.
반대로 올 1분기 삼성·현대차를 제외한 8개 그룹의 현금성자산은 39조7000억원으로 5년 전 45조7500억원보다 13.2% 감소했다.
SK와 LG는 10조4천000억원과 8조700억원으로 3, 4위에 올랐으나 2009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SK는 13조7000억원에서 24.2% 감소했고, LG도 11조6000억원에서 30.5%가 줄었다. 포스코 역시 6조8400억원으로 5위에 올랐지만, 5년 전에 비해서는 24.8% 감소했다.
현대중공업(5조3400억원·37%), 롯데(3조5700억원·1.9%), GS(3조1700억원·74.3%), 한진(1조5200억원·-19.4%) 순으로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한화는 8200억원으로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금성자산이 1조원에 미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