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 0-1로 뒤진 5회 대거 9실점하며 승기를 빼앗겼다. 바뀐 투수들이 두산 타선을 견뎌내지 못했다. 0-1 한 점 차이로 뒤진 상황에서 김시진 롯데 감독이 선택한 투수 교체는 '추격의 의지'가 아니었다. 사실상 경기 포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롯데는 이날 홍성민이 선발 등판했다. 4회까지 1실점을 기록한 홍성민은 5회 1사 후 민병헌에게 좌중간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내줬다. 이어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김 감독은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홍성민이 흔들리던 4회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던 강승현이 구원 등판했다. 김 감독은 홍성민이 전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허용한 김현수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될 것으로 판단해 강승현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파도가 밀려들왔다. '쓰나미' 급이었다. 강승현은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다. 두산 타자들은 강승현의 공을 배팅볼 받아치 듯 날려버렸다. 승부의 추가 급격히 기울자 김 감독은 이날 1군에 등록된 좌완 신인 김유영을 내보냈다. 홍성민·강승현이 버티지 못한 두산 타선은 신인 김유영에게도 버거웠다. 남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2실점을 했다. 길고 길었던 두산의 공격이 끝나자 전광판 점수는 1-10이 돼 있었다.
김 감독이 강승현을 선택한 건 전날까지 치른 잠실 LG 3연전에서 불펜 소모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연장전을 치른 27일 잠실 LG전에서 필승조 5명을 동원했고, 28일 경기에서는 4명의 불펜 투수가 투입됐다. 그러나 투구 이닝을 살펴보면 등판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정대현은 27~28일 2경기에서 각각 아웃카운트 한 개씩만 잡고 물러났다. 강영식은 26~27일 경기에 나섰고, 28일에는 휴식을 취했다. 김 감독이 추격의지가 있었다면 다른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도 충분했다.
두산은 이날 '에이스' 니퍼트가 선발 등판했다. 홍성민이 선발 무게감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홍성민이 이런 경기를 이겨주면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없이 씩 웃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13일 쉬고 온 니퍼트의 구위는 매우 좋았다. 롯데 타선은 2회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김문호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이후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5회 김문호가 솔로 홈런을 때려내 영패는 모면했다.
올 시즌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인해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초반부터 대량 실점을 한 감독의 입장에서는 투수 교체에 고민이 따른다. 경기를 포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큰 점수 차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경기는 중반으로 접어든 상태였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점수가 벌어질수록 사직구장 곳곳에서는 팬들의 욕설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