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감독은 지난 19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번트의 효용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독은 번트 작전을 시도하기 앞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황을 가지고 번트 작전을 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번트 작전은 1차원적 전략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남은 이닝의 마운드 운용까지 생각을 하고 번트 사인을 낸다. 번트 작전은 단순하게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잦은 번트 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번트가 실패할 경우 감독에 대한 성토가 따르고 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같은 날 인천에서 잦은 번트 작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두고 "솔직히 기분 나쁘다"며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번트는 야구의 일부분이다. 작전으로 쓰고 있다. 성공하면 아무 말이 없지만 결과가 안 좋을 때 이야기들이 나와 기분이 좋지는 않다. 결과론이다. (번트 작전이) 잘 되지 않으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염 감독은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번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전이다. 그는 번트 작전에 앞서 여러 가지를 감안한다고 한다. 먼저 남은 타자들이 얼만큼 출루가 더 가능한지 파악하고, 그 중 상대 투수와 승부가 가능한 타자가 있는 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작전으로 동점 또는 역전에 성공할 경우 남은 투수들이 상대 타선을 막아낼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도 한다. 상대 마운드의 남은 전력 파악도 물론 같이 해야한다. 가장 중요한 건 "다음 타자가 번트를 댄 타자보다 무조건 잘 치는 선수여야 한다"고 했다.
염 감독은 그러면서 지난 6월19일 1-3으로 패한 광주 KIA전을 예로 들었다. 염 감독은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8회 선두 타자 이택근이 2루타를 때려냈다"며 "나는 유한준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1사 3루가 되면 상대가 박병호·강정호와 승부를 어렵게 갈 것으로 보고 이들이 출루하면 김민성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봤다. 당시 마운드에는 한현희, 손승락 등 필승조가 남아 있었다. 승산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염 감독의 기대와 달리 유한준은 번트에 실패하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 상황을 두고 염 감독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날 유한준이 앞선 타석에서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데 굳이 번트 작전을 내야 하느냐는 비판이었다. 염 감독은 "상대 마운드는 최영필이 올라와 있었고, 남은 전력은 어센시오 하나 뿐이었다. 1점 차 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자를 3루에 보내서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했다.
번트가 성공할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 실패하게 되면 감독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염 감독은 "결국 결과론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감독은 무조건 이기려는 생각만 한다. 번트 작전 역시 이기기 위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